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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지난해 12월 물러난 메르켈 전 총리는 독일의 가장 위대한 지도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하지만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는 ‘러시아 온건파’였다는 이유로 명성에 금이 갔다. 옛 동독 출신으로 러시아어에 유창한 메르켈 전 총리는 임기 동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60여 차례 만났으며, 러시아산 가스를 독일로 직접 공급하기 위한 가스관인 ‘노르드스트림-2’를 강행하기도 했다.
메르켈 전 총리는 교역을 통해 푸틴 대통령이 바뀔 수 있다는 환상을 믿어본 적이 없다면서, 러시아와 유럽이 긴밀한 정치적 관계를 맺을 수 없다면 적어도 무역 관계를 맺는 것이 합리적이었다고 의견을 밝혔다. 그는 또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핵 보유국이라는 점에서 러시아를 무시할 수 없기에 소통 창구를 항상 열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메르켈 전 총리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이후 독일 등이 주도해 이뤄진 민스크협정을 언급했다. 그는 “상황을 진정시키고 우크라이나가 현재의 모습으로 발전할 시간을 줬다”면서 “당시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고 푸틴이 하는 대로 뒀다면 어떻게 됐을지 알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가입을 반대했던 결정에 대해 “당시 우크라이나는 과두정치에 의해 통치되는, 불안정하고 부패가 가득한 국가였다”면서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했다면 푸틴 대통령을 이를 선전 포고로 보고 가만있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