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 상여·영정 행렬…건설노동자, 건설안전특별법 제정 촉구

조민정 기자I 2021.09.29 15:23:04

작년 사망한 건설노동자 458명…하루 2명꼴
영정 행렬·상여트럭, 국회 앞에서 청와대까지
"안전사고 내몰린 건설노동자…새 법안 필요"
"추락·협착·감전사고는 후진적…조치 강화해야"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가 지난해 건설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노동자를 위한 합동위령제를 열고 추모 시위를 진행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1000여명의 건설노동자들은 서울 시내 추모 행렬을 이루고 건설현장 안전을 보장하는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29일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가 오후 1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설치한 간이분향소 모습이다.(사진=조민정 기자)
29일 건설노조는 오후 1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간이분향소를 설치하고 1시간 10분간 ‘산재사망 건설노동자 458인 합동위령제’를 지냈다. 분향소 앞에는 사망한 노동자가 현장에서 사용하던 안전모, 신발, 안전장치 등이 국화꽃과 함께 놓여 있었고 추모굿과 추모사가 이어졌다.

고용노동부 산재사망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건설업에서 목숨을 잃은 노동자는 458명으로, 이 중 절반 이상이 추락으로 사망했다. 하루에 2명꼴로 건설노동자가 사망하는데, 이 중 한 명은 떨어져 죽는 것이다.

추모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영정을 든 조합원들과 상여트럭 등 추모 행렬도 이어졌다. 검은 정장을 입고 두건을 쓴 조합원들은 피켓을 들고 일정한 간격을 이뤄 1인 시위를 진행했다. 피켓에는 지난해 사망한 노동자의 사망일시와 사유, 나이 등이 적혀 있었고 행렬은 국회 앞에서 종로구 청와대 앞까지 이어졌다. 상여 소리를 내는 방송차량과 상여트럭은 국회와 청와대를 반복적으로 순환하기도 했다.

이영철 건설노조 건설기계분과위원장은 “지난해 4월 발생한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에서만 건설노동자 38명이 숨졌지만 이건 10년, 20년 전에도 발생했던 사고다”며 “코로나19 재앙에도 건설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투쟁하며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영정 행렬에 참여한 박종회 경인본부장은 “어젠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가 사망했고 그저께는 인천 송도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20m 상공에서 떨어져 죽었다”며 “더 이상 노동자가 죽음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현장 안전 점검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변문수 수도권남부본부장은 “작년에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노동자들 중 집계되지 않은 통계까지 고려하면 458명보다 더 많을 것”이라면서 “건설노동자들은 여전히 안전사고에 내몰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가 제정을 촉구하는 건설안전특별법은 △안전을 고려한 적정한 공사기간과 비용 책정 △시공자에 안전시설물 직접 설치 의무를 부과 △사고 우려 시 감리자는 공사를 중지 등 조항이 포함됐다.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에 존재하는 사각지대를 보완하기 위한 새로운 법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게 노초 측 설명이다.

이 위원장은 현장에서 발생하는 대부분 사고는 ‘후진적’이라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보통 떨어져서 사망하거나 끼어서 죽는 협착사고, 감전사고 등으로 목숨을 잃는데 특히 추락사고는 후진적이다”며 “추락방지망을 설치하는 등 기본적인 안전조치가 미흡한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건설안전특별법이 연내 제정되도록 앞으로 예정된 10월 20일 총파업에도 참여해 목소리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열린 합동위령제와 영정 행렬에 따른 방역법 위반을 우려해 여의도 일대 등 서울 시내에 배치됐지만 물리적인 충돌이나 실랑이는 없었다.

29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산재사망 건설노동자 458인 합동위령제’ 앞으로 추모차량이 행진하고 있다.(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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