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이데일리 김대웅 특파원]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디지털화폐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우려로 인해 최근 중국 위안화 가치가 급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나타난 움직임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 인민은행, 디지털화폐 조기 발행 추진
16일 상하이일보 등 중국언론들에 따르면 인민은행은 공식적으로 디지털화폐를 개발하기 위해 블록체인 등 기술 부문에 관한 전문인력 모집에 나섰다.
인민은행은 디지털화폐와 관련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개발하고 디자인할 전문가 6명을 모집할 계획이다. 공고에 따르면 컴퓨터와 정보 보안, 암호 등의 분야에서 석·박사 학위를 소지한 자를 대상으로 하며 특히 빅데이터 기술과 블록체인 등에 관련 경험이 있는 전문가를 우대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2014년부터 전담팀을 구성하고 국제 기구 및 인터넷 업체들과의 교류를 통해 디지털화폐에 대한 연구를 해 온 인민은행이 이제 본격적으로 디지털 화폐 발행을 준비하는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월 열린 디지털화폐 연구토론회에서 인민은행은 디지털화폐 발행의 전체적인 틀과 관련된 기술문제에 대해 토론하고 사전 작업을 기초로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며 조기에 인민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를 선보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구체적인 화폐 발행 시점에 대해서는 아직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은 상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약 600여종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진 디지털화폐는 총 시가가 약 100억달러(11조6800억원) 규모로 실물 화폐에 비해 극히 미미한 편이다. 그러나 전 세계 중앙은행들은 디지털화폐의 규모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상용화된 대표적 디지털화폐인 비트코인이 전체의 약 80%를 차지하고 있다.
◇ 디지털화폐로 사이버머니 시대 선점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비트코인 식의 디지털화폐를 연구하고 있지만 중국 인민은행의 이같은 발빠른 움직임은 보다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디지털화폐가 편리함과 안정성이 높다는 인식 하에 주요국의 중앙은행들은 이미 깊은 연구에 착수한 상태다. 금융시장의 붕괴를 조절하는데 더욱 효과적인 수단으로도 디지털화폐는 부상하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특히 중국 인민은행 등이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인민은행이 디지털화폐 발행에 적극적인 것은 통화 공급 유통에 대한 통제력을 높여 돈세탁과 탈세 등 각종 불법 행위를 줄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이 외에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민은행은 달러 영향력의 위축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새로운 화폐 질서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해 기존 미국이 쥐고 있는 화폐 패권에 도전장을 내민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중국인들이 대규모로 비트코인을 모으기 시작하면서 중국은 비트코인 최대 보유국으로 떠올랐다. 이러면서 중국이 미국과의 화폐전쟁에서 디지털화폐를 무기로 삼으려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기도 하다. 디지털화폐를 활성화시켜 달러의 입지를 줄이고 동시에 위안화 절상을 꾀할 것이란 관측이다.
성숭청(盛松成) 인민은행 조사통계부부장은 “인민은행이 발행하게 될 디지털화폐는 현존하는 전자형태의 본위화폐와 달리 분산식 원장기술과 분산식 장부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 본위화폐를 기초로 할 것”이라며 “미래의 인민은행 가상화폐는 점대점(개인 대 개인)의 지불결제 방식을 실현해 제3자 중심기구가 필요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