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에서 유학 중인 박모씨(32)는 매년 ‘블랙프라이데이’에 인근 프리미엄 아울렛을 찾는다. 당장 어제까지 정가에 팔았던 물건을 반값 이하에 살 수 있어서다. 박씨는 “늦게 가면 물건이 다 팔리기도 해서 문을 여는 자정에 맞춰 미리 줄을 선 뒤 평소 갖고 싶었던 물건들을 구매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내수진작을 위해 10월1일부터 2주 동안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를 열겠다고 나섰지만, 미국의 ‘원조’ 블랙프라이데이와는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는 추수감사절 다음 날인 11월 넷째주 금요일이다. 원래는 하루 행사여서 할인 폭도 블랙프라이데이 당일에 가장 크다. 하지만 업체별로 행사 기간을 늘리거나, 연말 행사 시기와 겹쳐 사실상 연말까지 세일이 진행된다. 가전제품, 의류 등 다양한 상품들이 최대 80% 싸게 판매되며, 미국 연간 소비의 20%가 이 기간에 발생한다.
물건을 파는 곳은 월마트, 아마존, 타깃, 메이시스, 베스트바이 등 많은 유통업체들이지만, 사실상 제조업체가 할인을 주도하는 구조다. 예를 들어 제조업체가 재고 처분 등을 위해 가격을 절반 이하로 내려 제품을 팔겠다고 하면, 유통업체에서 할인율을 조정해 소매 가격을 정하는 방식이다.
한국 블랙프라이데이는 롯데, 신세계(004170), 현대, 갤러리아, AK 등 백화점 71곳,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398개 점포, CU, GS25, 미니스톱,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2만5400여개가 참여해 1일부터 14일까지 한시적으로 진행된다.
최대 할인율은 70%지만, 정가를 기준으로 한 할인율인지 미끼 상품만 크게 할인하는지는 불명확하다. 기존 가을 정기세일를 그럴싸 하게 포장한 수준에 그친 것이어서, 미국처럼 어제까지 100만원이던 물건을 오늘 30만원에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란 얘기다. 특히 유통업체가 물건을 납품하는 제조업체에게 블랙프라이데이 행사를 하니 가격을 절반 이하로 깎아달라고 요청하는 것도 사실상 어렵다.
한편 미국에서는 블랙프라이데이에 물건을 구매하지 못한 소비자들을 위해 그 다음 주 월요일에 전자제품을 중심으로 ‘사이버먼데이’라는 온라인 할인행사가 열린다. 블랙프라이데이에 할인 행사장을 찾으면 온라인 쇼핑을 홍보하는 팜플릿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어디가 가장 저렴한지 비교하는 사이트(slickdeals.net)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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