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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후보자는 지난 2004년 국내 개봉한 미국 영화 ‘모두에게 정의를’이 법 공부를 시작하게 된 계기로 꼽았다. 그는 “이 영화 속 주연 배우 알 파치노가 최종 변론에서 ‘What is justice’(정의란 무엇인가)라고 외쳤는데, 그 순간 정의란 무엇인가를 되뇌었고 법을 공부하면 정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법대 진학을 꿈꿨다”고 회상했다.
이어 “이듬해인 1988년 법대에 들어갔고 조영래 변호사의 ‘전태일 평전’은 제게 사법시험을 준비할 힘을 줬다”면서 “법을 사람을 위한 따뜻한 것, 실제로 작동해 정의를 실현시키는 것으로 만드는 법조인이 되고자 했다”고 말했다.
정 후보자는 여성 법관으로서 겪은 업무상 어려움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박완서 선생의 말처럼 여러 다른 여성의 희생 하에 고군분투했지만 수고할 시간은 부족했고 정보는 얻기 어려웠다. 당시 법원의 업무량은 배우자의 헌신적인 내조를 받는 남성 법관을 기준으로 설정돼 있어 이를 감당하기 벅차하는 여성 법관을 마치 모자란 사람처럼 바라보면서 일정한 업무에서는 배제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고 했다. 또 “유용한 지식과 정보는 회식 장소와 흡연실 등에서 주로 유통돼 그런 자리에 참석하기 어려운 여성 법관에까지 닿지 못했다”고 부연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젠더법연구회 활동에 적극 임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정 후보자는 “젠더법연구회 활동을 바탕으로 여성 법관이 존재함으로 인해 사회적 현상을 다각도에서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눈을 가지게 됐다는 인식 전환이 절실하다는 방향을 제시했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1년 법원 내 설립된 국제인권법연구회에 가입한 것과 관련해선 “국제인권법연구회는 장애인 아동, 여성, 난민, 소수자 등에 관한 국제 인권규범과 판례를 연구했다”고 덧붙였다. 헌법연구회 외국사법제도연구회, 현대사회와 성범죄연구회 등 조직에서 활동했다는 점도 짚었다.
아울러 정 후보자는 “우리 사회는 여전히 성별과 나이, 지역, 이념, 경제적 격차에 의한 갈등 외에도 저출생 및 고령화에 따른 인구변화와 전 지구적 문제로 떠오른 기후변화에 직면하게 됐다”며 “한편으론 인공지능(AI) 기반의 4차 산업혁명에 적응해야 하면서도 불안정한 국제 정세와 혼란한 정치 상황을 슬기롭게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맞았다. 이번 인사청문회 준비 과정을 통해 헌재의 의무와 역할을 되새기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