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품은 한화…‘글로벌 방산 기업’으로 성장한다

박순엽 기자I 2023.04.27 12:03:49

공정위, 한화-대우조선 기업결합 ‘조건부 승인’
내달 유증 참여·주총 개최 등 인수 작업 본격화
“대우조선 인수, 사업보국 차원의 대승적 결단”
‘육해공 통합 시스템’ 갖춰…에너지 전환도 대응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최종 관문을 통과했다. 한화는 내달 중 인수작업을 마무리하고 대우조선해양을 글로벌 혁신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첫발을 내디딘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번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김동관 부회장이 주도하고 있는 방산 부문의 사업 구조 개편 작업 사실상 마무리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화를 ‘한국판 록히드마틴’으로 키우겠다는 김 부회장의 빅픽처가 더욱 뚜렷해진 셈이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사진=한화)
27일 한화그룹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한화(000880)-대우조선해양(042660) 기업결합 건 심사에 대해 조건부 승인을 결정했다. 한화는 조건부 승인에 따른 경영상 제약이 있으나 경영실적이 악화돼있는 대우조선해양의 조속한 경영정상화와 기간산업 육성을 통한 국가 경쟁력 강화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공정위 결정을 수용키로 했다. 한화는 공정위가 제시한 함정 부품 일부에 대한 가격·정보 차별 금지 등이 포함된 시정조치 내용을 준수할 계획이다.

한화그룹은 다음 달 중 대우조선해양 유상증자 참여, 주주총회를 통한 이사 선임 절차 등을 거쳐 신속히 인수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로써 대우조선해양은 2001년 워크아웃 이후 22년 만에 경영정상화의 닻을 올리게 됐다.

(사진=한화그룹)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 한화시스템(272210), 한화임팩트파트너스, 한화에너지 자회사 두 곳 등 한화그룹 5개사는 내달 중 2조원 규모의 대우조선해양 유상증자에 참여한다. 이를 통해 대우조선해양 지분 49.3%를 확보하며 최대 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한화는 그룹의 핵심역량과 대우조선해양이 보유한 글로벌 수준의 설계·생산 능력을 결합해 대우조선해양의 조기 경영정상화는 물론 지속 가능한 해양 에너지 생태계를 개척하는 ‘글로벌 혁신 기업’으로 성장시킨다는 전략이다. 또 단순한 이익 창출을 넘어 일자리 창출, K-방산 수출 확대 등 국가 경쟁력 강화에도 힘을 보탤 계획이다. 특히 조선업의 장기간 업황 부진으로 침체한 거제지역 경제 활성화와 지역 발전에도 큰 활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는 방산 부문 시정조치에 따른 경영상 제약에도 대우조선해양 인수 결정엔 대승적 결단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한화 관계자는 “경영정상화 골든 타임을 놓쳐선 안 된다는 사업보국 차원에서 국가 기간산업 재건과 K-방산의 글로벌 공략을 위해 경영실적 리스크와 당국의 시정조치를 감수하면서까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사진=한화그룹)
대우조선해양 경영 상황은 지난해 9월 인수 관련 업무협약(MOU) 체결 후에도 계속 악화해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수혈이 긴급한 상황이다. 최근 2년간 적자 규모는 3조4000억원에 달하고 부채비율은 1600%에 이르고 있다. 흑자 전환을 기대했던 올해 1분기에도 대형 조선 3사 중 유일하게 계획 대비 대규모 손실이 예상된다. 2020년 4분기 이후 10분기 연속 적자다.

대우조선해양은 공격적인 수주전 또한 펼치지 못하고 있다. 조선업 사이클 상승기에도 수주실적은 지난해 1분기 42억달러에서 올해 8억달러로 급감했다. 경쟁사 대비 초라한 성적표다.

대우조선해양 내 핵심 인력 유출·인력난도 심각하다는 게 한화 측 설명이다. 작년 한 해 160명이 넘는 직원들이 경쟁 회사로 옮겼다. 특히, 실무 업무 주축인 대리·과장급과 특수선 설계 인력의 유출이 문제다. 10년 전 1민3000명에 이르렀던 대우조선해양 임직원 수는 지난해 말 8300명으로 5000명가량 감소했다.

한화는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계기로 기존 우주·지상 방산에 더해 해양까지 아우르는 ‘육해공 통합 시스템’을 갖춤으로써 명실상부한 글로벌 방산 기업으로의 성장 토대를 마련하게 됐다. 기후 위기와 에너지 안보 이슈로 전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이 빨라지는 시점에서 대우조선해양의 조선·해양 기술을 통해 ‘글로벌 그린에너지 메이저’ 위치를 확고히 할 계획이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