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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타임스(FT)는 24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화 캐피털’(Hua Capital)로도 알려진 ‘위안허 푸화 인베스트먼트 매지니먼트’(Yuanhe Puhua Investment Management)의 첸 다퉁 대표가 8개월 구금 이후 석방됐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중국 정부 관료들은 반도체 업계에 수백억달러 규모의 산업 보조금을 쏟아부었음에도 대등한 입장에서 미국과 경쟁할 수 있는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했다며 분노했고, 일명 ‘빅 펀드’로 알려진 470억달러(약 60조 8200억원) 보조금이 어떻게 쓰였는지 등과 관련해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12명 이상의 관료 및 기업 경영진이 구속됐고, 첸 대표도 지난해 8월 구금됐다. 화 캐피털이 빅 펀드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년 10월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 이후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심화하면서 첸 대표를 서둘러 석방하게 됐다고 중국 정부 관계자는 전했다. 중국 기술 중심 사모펀드의 한 임원은 “반도체 산업에 투자하기 위한 정부 자금은 넘쳐나지만, 첸 대표와 같은 전문 투자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화 캐피털은 100억위안(약 1조 8900억원) 규모의 투자회사로, 150개가 넘는 중국 반도체 칩 관련 기업에 초기 자금을 지원했다. 이 회사는 투자자금의 80% 이상을 해외 기업 기술에 대한 국내 대안을 모색하거나 인큐베이팅하는데 사용했다고 FT는 설명했다.
첸 대표는 미국 일리노이대와 스탠포드대에서 연구를 수행한 후 캘리포니아에서 처음으로 사업적 성공을 거뒀다. 1995년에 뉴욕증시에 상장된 카메라용 칩 제조업체 옴니비전 테크노지를 공동 설립했으며, 10년 후 회사를 비상장사로 전환하기 위해 중국 국영그룹과 제휴했다. 2014년엔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고 중국의 반도체 칩 산업 발전에 기여하겠다고 약속했다. 화 캐피털은 2015년 설립됐다.
한편 첸 대표가 석방되긴 했지만 향후 어떻게 될 지는 불분명하다. 중국의 반부패 당국은 공식 기소전 수개월 또는 수년까지도 구금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FT는 부연했다. 중국 반도체 장비업체 관계자는 “첸 대표가 애당초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갑자기 끌려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