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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도 '전경련 패싱'

윤종성 기자I 2017.06.20 14:30:56

경제사절단 이어 4대그룹 간담회도 대한상의가 조율
계속 배제되는 전경련..대한상의 역할 더욱 부각될 듯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한번쯤 언급될 법도 한데, 이번에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은 없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에게 정부와 재계의 가교 역할을 맡긴 것을 두고 하는 얘기다. 있는 듯 없는 듯, 새 정부 들어 전경련의 존재감이 갈수록 작아지고 있다.

지난 19일. 취임 닷새 만에 기자간담회를 가진 김 위원장은 “가능한 빨리, 이번 주 중에 가능하면 4대 그룹과의 만남을 우선 추진하겠다”며 면담 대상 등 희망 사항을 대한상의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대한상의는 깜짝 놀랐다. 지난 주 공정위 쪽에서 4대그룹과의 간담회 주선을 요청받았지만, 아직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언론을 통해 먼저 공개할 지는 몰랐기 때문이다.

대한상의는 부랴부랴 4대 그룹 측에 재차 연락을 취해 22일이나 23일에는 간담회가 가능할 것이라는 확답을 받았다. 시일이 촉박한 탓에 김 위원장 바람대로 4대그룹 총수와의 회동은 성사되기 힘들어 보이지만, 적어도 그룹내 서열 높은 주요 계열사 CEO(최고경영자)와의 만남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첫 기자간담회에서 “재벌개혁은 몰아치듯이, 때리듯이 하는 것이 아니고, 충분한 협의· 소통이 전제돼야 한다고 밝힌 만큼, 주요 그룹에게 정부 정책을 설명하고 의견을 경청하는 자리를 지속적으로 가질 가능성이 높아보이인다. 이 과정에서 대한상의의 역할은 더욱 부각될 전망이다. 옆에서 이런 상황을 바라보는 ‘재계 맏형’ 전경련의 마음은 편치않다.

전경련 관계자는 “4대그룹은 이제 전경련 회원사가 아니기 때문에 대한상의에 4대그룹과의 간담회를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삼성과 현대차, LG, SK 등 4대그룹의 계열사들이 모두 전경련을 떠난 상황에서 4대그룹 간담회 주선을 대한상의가 맡는 것이 당연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새 정부가 전경련을 ‘소통 창구’로서 여기지 않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김진표 국정기획자문위원장,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등은 경제사절단, 경제단체 간담회 등에서 대놓고 전경련을 패싱(passing·배제)하고 있다. 김 위원장 역시 경제개혁연대 소장이던 지난해말 한 언론사 컬럼에서 “전경련은 자정능력을 잃었고, 이젠 정치권의 요구를 기업들에 강요하는 ‘양아치’로 전락했다”면서 “스스로 강변해온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전경련은 이제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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