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원자력기구(IAEA)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2013년 말 일본은 47톤의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다.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국가로는 최대다. 영국이 123톤으로 가장 많고 프랑스(78톤), 러시아(52톤), 미국(49톤) 순이다. 핵무기 보유국인 러시아와 미국과 거의 비슷한 양을 쌓아놓은 것이다. 핵확산금지조약에 서명했으면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독일은 고작 3톤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다음 달 중순 규슈전력의 원전 1호기가 재가동에 들어갈 예정이고 시코쿠전력까지 원전 3호기 가동을 앞두고 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 가동 제로였던 상태였던 일본이 원전시대로 복귀하면서 플루토늄 비축량은 더 쌓일 것으로 보인다.
핵연료를 재처리해 추출한 플루토늄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핵무기 원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핵무기 확산을 막기 위해 전방위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미국에 고민거리다.
노부마사 아키야마 히토츠바시대학 교수는 “미국에 다른 국가에 대해서는 핵확산 막기 위한 요구를 강하게 하면서도 일본만 놔두느냐고 묻는다면 대답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양”이라고 분석했다.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들도 일본의 플루토늄 보유 의도에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중국은 특히 일본이 핵물질을 줄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성명서를 통해 “국제적으로 민감한 핵물질 비축량을 줄이는 게 추세”라며 “일본은 핵물질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을 조절하기 위해 실질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변국뿐 아니라 터키나 이집트 등 그동안 핵연료 재처리를 통해 에너지를 생산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는 국가들도 일본을 주시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플루토늄이 테러리스트의 손에 들어갈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한다.
일본은 1970년대부터 플루토늄을 쌓기 시작했다. 전력 생산에 플루토늄을 쓰겠다고 했지만, 이를 위한 기술개발은 아직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1990년대 후반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섞은 혼합산화물 핵원료를 만들어 비축량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당시 2015년까지 혼합 연료를 사용하는 16~18개의 원자로를 확보하겠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터지면서 전면 중단됐다. 원전시대 복귀를 선언한 이후 일본원자력규제위원회(NRA)의 심사를 통과한 원자로는 전체 43개 중 5개에 불과하고, 이중 한군데만이 플루토늄과 우라늄 혼합 연료 사용을 허가받았다. 한 원자료가 연간 소비할 수 있는 플루토늄은 0.5톤 정도다.
플루토늄을 소진할 방법은 없는데 내년 3월 일본 북부 로카쇼무라 재처리 공장은 가동에 나설 예정이어서 비축량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로카쇼무라 재처리 공장은 일본 정부와 전력업체들이 200억엔 이상을 들여 건설한 것이다. 기술적인 문제와 자금난 등으로 20번 이상 연기됐다가 지난 1992년 착공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로카쇼무라 재처리 공장 프로젝트도 무산될 것이란 전망이 높았지만 로카쇼무라 공장 운영사와 9개 전력회사 간 합작법인인 일본원자력연료㈜가 적극 추진했고, 결국 내년 가동을 결정했다.
일본의 전기전력업체연합회(FEPCJ) 대변인은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NRA)로부터 상업가동을 허가받는다면 가동을 해야 한다”며 “국제 사회에 설명하는 것은 정부의 몫”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일본 간 핵협상은 2018년 7월 만료되지만 일본의 플루토늄 비축량을 문제 삼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핵협상은 한쪽이 재협상을 요구하지 않을 경우 자동으로 갱신된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목적을 밝히지 않은 플루토늄을 보유하지 않겠다는 게 일본의 정책”이라며 “일본이 핵연료를 확산금지 조약에 적합하게 평화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일본 역시 플루토늄 비축량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조사에 협조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