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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적자국채 82조인데 국채순발행은 50조?…'원화 외평채'가 묘수

최정희 기자I 2023.08.31 16:21:29

적자국채 30조 어디서 메우나 봤더니
''달러 매도 개입''으로 돈 번 외평기금, 공자기금에 대출 상환
외평기금, 원화채 발행으로 공자기금에서 대출 안 해도 돼
공자기금, 외평에 돈 안 빌려주고 일반회계에 빌려줄 예정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 예산안 및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최정희 유준하 기자] 정부가 발표한 내년 적자 국채 발행 규모는 82조원인데 국채 순발행액은 고작 50조원 밖에 되지 않는다. 적자국채는 일반회계에서 돈이 모자라 어쩔 수 없이 빌리는 돈인데 신규로 발행하는 국채가 50조원이라면 나머지 30조원이 넘는 돈은 어디서 조달할 수 있을까. 답은 ‘기금’이다. 바로 연결되지는 않지만 정부가 내년 원화 외국환평형기금 채권을 21년 만에 발행하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31일 “정부 일반회계에서 모자란 돈을 공공자금관리기금(이하 공자기금)에서 대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적자 국채로 81조8000억원을 발행하는 데 국채 순발행액으로 50조3000억원을 당기고 나머지 31조5000억원은 공자기금에서 대출을 받는 구조다.

공자기금은 기금 등 공적 자금을 통합, 관리하는 곳으로 기금이나 일반회계에 돈을 빌려주기도 하고 일부 기금의 여윳돈을 예탁받아 운영하기도 하는 곳이다. 공자기금이 정부 일반회계에 30조원 넘는 돈을 빌려주기 위해서는 흑자가 나는 기금이 여윳돈을 공자기금에 예치하거나 기금이 공자기금한테 빌린 돈을 상환해 돈을 마련해야 한다.

기재부에 따르면 공자기금의 재원 마련에 외평기금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기재부 관계자는 “2021~2022년 달러 매도를 통해 외평기금이 상당한 수익을 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공자기금에 상환하는 규모가 예년 대비 더 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외평기금 상환액을 비롯해 기타 기금의 상환액, 예탁금 등을 고려하면 공자기금이 확보할 수 있는 자금이 대략 30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평가다. 이 관계자는 “공자기금에서 30조원 플러스 알파의 여유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자기금이 일반회계에 원활하게 자금을 빌려줄 수 있도록 외평기금은 21년 만에 원화 외평채 발행도 추진한다. 외평기금은 2003년 이후 원화 자금이 필요할 때마다 공자기금에서 돈을 빌려 운용해왔다. 이는 2000년대 초반 국고채 시장 조성을 위해 외평기금이 직접 원화채를 발행하지 않은 것이다. 내년 원화 외평채를 발행하게 되면 외평기금은 공자기금으로부터 돈을 빌릴 이유가 사라지게 된다. 그 대신 공자기금은 여윳돈을 일반회계에 빌려주게 될 전망이다. 이를 통해 정부는 국채를 덜 발행하고 기금으로부터 자금을 빌려 사용하게 된다.

외평기금이 원화 외평채를 직접 발행할 경우 만기 1~2년, 단기로 자금을 조달해 이자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이점도 있다. 공자기금으로부터 빌리는 자금은 대부분 만기 10년 안팎의 장기라 이자 비용이 비싸 재정수지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원화가 강세를 보여 원·달러 환율이 급락할 경우 ‘원화 외평채’ 발행 소식 만으로 환율 변동성을 제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내년에는 기금을 통해 국채 발행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세수 부족분을 메운다고 해도 올해 40조원 넘게 부족한 세수는 기금을 통해 메우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기금을 통해 30조원 이상을 확보해 내년 지출에 활용하는 만큼 올해 부족분은 다른 방식으로 메워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는 그동안 세계잉여금, 기금 불용액 등을 활용해 올해 세수 부족분을 메우겠다고 밝혀왔으나 이것만으로 부족하다는 얘기다. 기재부에 따르면 7월까지 누적 국세수입은 217조6000억원으로 전년보다 43조3000억원, 16.6% 감소했다. 정부는 9월 초에 올해 세수를 다시 추계해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때 부족한 세수 부족분을 메울 수 있는 방안도 함께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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