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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세·인도계' 수낵 英총리 취임 일성 "경제 위기, 안정·통합 필요"

김정남 기자I 2022.10.25 15:12:18

위기의 영국號 이끌 리시 수낵 총리
역대 최연소·첫 비백인 출신 '파격'
브렉시트 이후 사회 대혼란 수습할까
"수낵이 산타는 아냐"…냉정한 시장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영국은 심각한 경제위기에 직면해 있다.”

영국 제57대 총리에 오른 리시 수낵 전 재무장관은 24일(현지시간) 당선 직후 첫 일성으로 “영국은 위대한 나라”라는 수식어를 빼놓지 않으면서도 이렇게 말했다. 그는 ‘통합’도 강조했다. 최측근들로 내각을 구성해 실패한 리즈 트러스 전 총리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의지다. 이 때문에 ‘빅텐트’ 정부를 통해 통합과 안정을 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980년생 42세로 역사상 최연소 총리. 인도계 이민자 가정 출신의 역사상 첫 비(非)백인 총리. 말 그대로 파격 인사인 수낵 총리가 한때 대영제국으로 최강국으로 불렸다가 지금은 ‘국운이 다했다’는 혹평까지 듣고 있는 영국을 재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리시 수낵 신임 영국 총리. (사진=AFP 제공)


◇역대 최연소·첫 비백인 영국 총리

수낵 총리는 갑부인 동시에 엘리트다.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철학·정치·경제(PPE) 학사를 마친 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거쳤고, 세계 최대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에서 일했다. 그의 부인은 인도 굴지의 정보통신(IT) 기업인 인포시스 창업자의 딸이다.

1980년 5월생. 올해 42세인 수낵 총리는 210년 만에 가장 젋은 총리다. 취임 당시 44세였던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 토니 블레어 전 총리보다 나이가 적다. 또 인도계 이민자 가정 출신으로 첫 힌두교도 총리다. 자존심 강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영국에서 비백인이 총리에 오른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는 2015년 하원의원으로 당선되면서 영국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2020년 2월엔 보리스 존슨 내각의 재무장관에 오른 후 팬데믹 사태에서 경제를 진두지휘하며 차기 후보군으로 올라섰다. 특히 영국 경제가 코로나19 봉쇄로 타격을 입었을 때 유급휴직 등 지원 정책을 펼치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수낵 총리가 꺼낸 키워드는 크게 두 가지로 ‘경제’와 ‘통합’이다. 그는 내정 발표 이후 첫 공식 성명을 통해 “우리가 심각한 경제적인 도전에 직면해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제 안정과 통합이 필요하다”며 “당과 나라를 한데 모으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서는 경제적인 도전이 아니라 ‘경제 위기’(economic crisis)라고 썼다. 그만큼 현재 영국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는 셈이다.

영국 경제는 이미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국제신용평가기관 무디스는 최근 영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췄고,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영국 성장률을 0.3%까지 하향했다. 이런 와중에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0.1%에 달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한다면, 경제 재건을 위한 수가 마땅치 않다는 공포가 만연해 있다.

준기축통화국으로서 지위는 사실상 잃었다. 영국 국채(길트채) 10년물 금리는 올해 초만 해도 1% 안팎이었는데, 최근에는 4.5% 내외까지 수직 상승했다(길트채 가격 폭락). 투자자들이 트러스 내각의 감세안이 나온 이후 길트채를 투매했던 탓이다. 수낵 총리 당선 소식 이후 10년물 금리는 장중 3.707%까지 떨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높은 레벨이다. 파운드·달러 환율은 근래 역대 최저치까지 떨어졌다(파운드화 약세·달러화 강세). 시장에서 영국 자산들은 안전하다는 인식 자체가 사라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금융시장에서 영국의 위상을 되찾는 게 수낵 총리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다.

리시 수낵 신임 영국 총리. (사진=AFP 제공)


◇영국 정치·경제 대혼란 수습할까

2016년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만연한 분열 양상을 수습하는 것도 그의 주요 과제다.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 6년여간 총리가 수낵 총리를 포함해 5명에 이른다. 평균 1년 남짓 재직하고 물러났다는 의미다. 특히 트러스 전 총리는 불과 44일 만에 낙마하며 역대 최단명의 오명을 썼다. 마가릿 대처 전 총리, 토니 블레어 전 총리 등이 10년 이상 안정적으로 정국을 이끌던 때와는 확연히 달라졌다. 게다가 집권 보수당은 존슨 내각과 트러스 내각을 거치면서 지지율이 야당인 노동당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추락했다. 집권 12년 만의 최대 위기다.

이 때문에 수낵 총리는 취임과 동시에 탕평 인사를 통한 빅텐트 내각을 구성할 게 유력하다. 제러미 헌트 현 재무장관 유임을 통해 금융시장을 안심시킬 것이라는 예상이 대표적이다.

다만 시장과 정가의 반응이 그리 호의적이지는 않다. ‘수낵은 결코 산타가 아니다’는 분서이 지배적이다. 영국의 정치·경제 상황이 심각한 만큼 고통은 감내할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런던 드비어그룹의 나이젤 그린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수낵 총리는 전임자(트러스 전 총리)보다 더 도움이 될 만한 정책을 갖고 있다”면서도 “영국은 경제 문제의 폭풍과 마주해 있다”고 우려했다. 투자회사 하그리브스 랜스다운의 사라 콜스 개인재무분석가는 “수낵 총리는 돈을 갖고 달려오는 산타가 아니다”며 “(치솟는 인플레이션에 맞서 돈을 풀지 않고) 돈줄을 상당히 꽉 쥐고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미 수낵 총리가 감세정책을 완전 폐기하고 재정 긴축에 돌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파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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