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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km달려 우크라 탈출한 교민…"겁나고, 너무 무서웠다"

권혜미 기자I 2022.02.25 16:27:14
[이데일리 권혜미 기자]“막상 전쟁이 시작되니까 머리가 핑 돌았습니다”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후 육로로 폴란드 국경을 처음 통과한 교민이 공포에 휩싸인 현지 분위기에 대해 전했다.

2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전날 교민 A씨는 우크라이나 남부 오데사에서 살다 육로로 1000㎞를 달려 서부 리비우로 피신했다가, 이날 새벽 80㎞를 더 달려 폴란드 메디카 국경검문소를 통과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해 군사 공격을 개시한 24일(현지시간) 오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한 지하철역 승강장이 짐과 가방을 든 시민들로 가득 차 있다.(사진=키예프 AFP=연합뉴스)
A씨는 “그동안 쌓아온 기반을 버려야 하는 게 가장 힘들었는데 오늘 아침에는 정말 사태가 심각해져서 폴란드로 대피하기로 했다”며 “실제로 닥치기 전까지는 체감이 안 됐지만, 막상 전쟁이 시작되니까 머리가 핑 돌았다”고 전했다.

이어 “공습이나 폭발 등 잔인한 장면이 공개되니까 그때부터 정신이 혼미해진 것 같다”면서 “어제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겁도 너무 나고, 너무 무서워서 빨리 가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고 급박했던 상황을 떠올렸다.

전날 오후 4시경 리비우를 출발한 그는 2시간여 만에 폴란드 국경에 도착했지만, 차량과 인파가 몰려 4시간 넘게 기다린 끝에 겨우 메디카 국경검문소를 통과할 수 있었다.

육로로 폴란드 국경을 첫 통과한 교민 A씨(사진=연합뉴스)
또 육로 635km를 달려 폴란드 코르쵸바 국경검문소 통과를 앞두고 있는 무역업체 대표 B씨의 사연도 전해졌다. 그는 가족들과 함께 자동차를 타고 우크아이나의 수도 키예프에서 출발했다.

B씨는 “국경에 다다르니 마음이 놓이는 측면이 있지만 오면서 ‘총소리가 들렸다, 포탄이 떨어졌다, 누구 집이 어떻게 됐다’는 소식을 들으니 마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동시에 러시아의 공격을 당하면서 키예프 시내에 5∼6차례 폭발음이 난 뒤 공습사이렌이 울리자 다들 패닉상태에 빠졌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제2의 도시인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시위대가 ‘전쟁 안 돼!’라고 쓰인 팻말 등을 들고 반전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상트페테르부르크 EPA=연합뉴스)
한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특별 군사작전 개시 선언과 동시에 전날 새벽 5시경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비롯한 곳곳이 포격 당했다.

이날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우크라이나 사태 긴급현안보고에서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현지시간 24일 저녁 6시 기준으로 우리 국민 64명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포격으로 파괴된 우크라 키예프의 국경수비대 시(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이어 이들 중 출국을 희망하는 36명에 대해 철수할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8명은 잔류 의사를 밝힌 것으로 파악됐으며, 이는 크림반도 지역 교민 10명과 주재 공관원 21명을 제외한 숫자다.

한편 러시아는 수도 점거를 위해 적극적인 공세를 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안톤 헤라쉬센코 우크라이나 내무부장관 고문은 이날 “이날 늦게 수도 키예프에 러시아군이 탱크로 공격할 것으로 보인다”며 “전쟁 중 가장 힘든 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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