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나도 서울에서 청약받고 싶다

하지나 기자I 2020.09.01 11:44:04

김현미 국토부 장관 "영끌말고 서울·신도시 분양 기다려라"
8월 서울 아파트 청약가점 평균 60점…청약경쟁률도 고공행진
신혼부부 특별공급 기준 까다로워…청약당첨도 하늘의 별따기
전세물량 줄고, 청약문턱 높아…2030세대 패닉바잉 내몰려

[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돈을 마련했다는 뜻)해서 집을 사는 게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는지, 아니면 앞으로 서울과 신도시 공급 물량을 생각할 때 기다렸다가 합리적 가격에 분양받는 게 좋을지 생각해봐야 한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3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젊은 세대들의 서울 아파트 ‘패닉 바잉’현상을 묻자 답한 발언이다. 김 장관의 발언은 원론적으로는 맞을 수 있다해도 정작 주택 청약 현실을 모르거나 혹은 일부러 외면하고 한 이야기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젊은 세대들에게는 분양을 받기 위한 청약이 말처럼 쉽지 않아서다.

서울 아파트값이 잡히기 시작했다는 지난 8월 서울에서 분양한 아파트 청약에서 당첨된 사람들의 최저 청약가점은 평균 60점으로 나타났다.

취업을 한 뒤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는 평범한 30대에게는 아무래도 불가능한 점수다. 만 39세 가장을 둔 4인 가족의 경우 가능한 점수는 최대 57점에 불과하다. 청약통장 가입기간 15년 이상(17점 만점), 부양가족 수 3명(20점), 무주택 기간 9년(20점)을 가정해 본 것이다.

청약경쟁률 역시 연일 고공 행진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일반공급 청약을 진행한 서울 은평구 ‘DMC SK뷰 아이파크포레’의 경우 평균 340.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역대 서울 아파트 평균 청약경쟁률을 갈아치웠다. 이전까지 서울에서 평균 청약 경쟁률이 가장 높았던 단지는 2016년 10월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5차를 재건축해 분양한 ‘아크로리버뷰’로 306.6대 1이었다.

공급 물량의 20%가량을 신혼부부 특별공급(공공주택의 경우 30%)으로 분양하고 있지만 소득 기준 등 청약 자격 조건이 까다롭다. 민영주택은 직전연도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의 120%(맞벌이 130%)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2019년 기준으로 맞벌이하는 3인 가족의 경우 722만원 이하일 경우에만 청약이 가능하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기업규모별 연령대별 소득에 따르면 30대(30~39세) 대기업 종사자의 경우 이미 지난 2018년 평균 480만원을 넘어섰다.

소득 조건을 갖추더라도 청약 당첨은 하늘의 별 따기다. ‘DMC SK뷰 아이파크포레’의 경우 신혼부부 특별공급으로 30가구를 모집한 가운데 9191명이 지원하면서 30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전용 84㎡A형 4가구에 자그마치 4606명이 몰리면서 1151.5대 1을 나타냈다.

정부의 세심하지 못한 부동산 정책으로 서울의 아파트값은 오를 대로 올랐고 전세 물량은 줄어들고 있으며 청약의 문턱은 여전히 높다. 김 장관은 교과서에나 나올법한 원론적인 이야기로 젊은 세대들에게 ‘훈수’를 두는 이른바 꼰대로 비춰질 수 있다. 김 장관은 젊은 세대들에게 ‘패닉 바잉’하지 말라고 할 것이 아니라 지금 젊은 세대들이 왜 ‘패닉 바잉’이라도 뛰어드는지 그 심정을 헤아려 실질적인 청약제도 개선을 해야할 위치에 있다. 역대 최장수 국토교통부 장관을 앞둔 김 장관의 업무는 훈수가 아니라 제도의 개선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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