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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은 4일 오전 11시 근로복지공단 서울남부지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자산업 직업병 피해자 14명에 대한 집단산재신청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전자산업 직업병 피해자에 대한 산업재해를 인정할 것과 전자산업 노동자 보호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전자산업 직업병 피해 문제는 지난 2007년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던 고(故) 황유미씨가 23세 나이에 백혈병으로 사망하며 불거졌다. 반올림은 황씨가 사망한 이후 전자산업 노동자들의 피해 실태를 알리고 국가와 기업에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활동을 해왔다.
이날 조승규 반올림 상임활동가(노무사)는 “이번이 14번째 집단산재신청이지만 일선 행정 변화가 생각보다 너무나 더뎌 당혹스러운 심정”이라며 “고용노동부, 근로복지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2년 전 산재 판정에 첨단산업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에도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 상임활동가는 이어 “전자산업에서 얼마나 많은 직업병 피해자가 있었던 건지 규모를 생각하면 무서울 정도”라며 “고용노동부 등 유관기관이 잘못된 관행을 철회하고 대법원 판례법리에 따라 신속하게 피해자들의 산재를 인정하길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이상규 노무사는 “산재피해 보상제도가 너무도 부족하고 개선되는 속도가 답답할 정도로 더디다”라며 “다발성 근염 등 희귀병은 기존에 근로공단이 산재로 승인한 적이 없단 이유로 보상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노무사는 “이는 폭넓은 배상이 아니라 선별적 보상일 뿐이며 특정한 질병에 대해서만 보상하는 건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신청을 한 노동자들은 유방암, 다발성근염, 폐암, 백혈병, 루푸스 등 난치병을 앓는 환자 14명이다. 이들은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자 협력회사 등에 근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