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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3일 최근 불거진 4월 위기설에 대해 “과장됐다”며 “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일축했다.
이주열 총재는 이날 오전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4월에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에 준하는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이 총재는 “4월 위기설의 근거는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과 대우조선해양(042660)의 회사채 상환 부담 등이 거론된다”면서 “이는 전혀 예상치 못한 게 아니라 이미 알려진 리스크”라고 봤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를 비롯한 관계기관들이 이런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비하고 있기에 4월 위기설은 과장됐다”고 했다.
이와 함께 이주열 총재는 미국이 우리나라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는 “환율조작국의 지정 근거인 교역촉진법에 따른 기준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객관적으로 보면 지정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지만 (지정될 가능성에 대해) 경계하고 있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한은은 이 총재 주재로 금통위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25% 수준으로 유지키로 했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6월 1.50%에서 1.25%로 0.25%포인트 인하된 이후 여덟달 연속 동결됐다.
다음은 이주열 총재와의 일문일답이다.
-최근 경제상황에 대해 리플레이션, 스태그플레이션 등 다양한 진단이 나오는데 어떻게 평가하는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최근 농축수산물 가격이 오르면서 2%로 올랐지만 봄철 농산물 출하 시기를 앞두고 있고 유가의 기저효과도 앞으로는 약화될 것이다. 물가안정 목표 수준인 2%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 성장세도 물론 미약하고 내수, 특히 소비가 부진하다.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라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고 그에 따라 설비투자 개선도 예상할 수 있다. (우리 경제는) 2% 중반의 성장세를 예상한다. 2% 중반의 성장세와 물가안정 목표에 가까운 물가 수준 생각하면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 크지 않다고 본다.
-최근 시장금리가 상승세에 있고 가계부채도 꾸준히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깜박이 방향을 바꿀 때가 온 것은 아닌가.
△오늘 금통위의 동결 결정은 시장금리 물가 가계부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 결과다. 금통위 의결문에서 나와있듯 국내 경제의 성장세가 완만한 반면에 수요 측면에서 물가 상승 압력이 크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통화정책은 완화적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게 기본 스탠스(기조)다.
-이번달 통방문에서 경기 판단을 보면 지난달 ‘성장세가 다소 둔화됐다’에서 ‘완만한 성장세’로 바뀌었다. 금통위의 경기 판단이 바뀐 것으로 볼 수 있나.
△과거 매달 금통위를 하다보면 월별 지표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를 개선하고자 올해부터 통방 회의를 매월이 아니라 6주 정도 간격으로 연 8회 하기로 했다.
이렇다보니 이번 의결문은 경제 흐름에 대해 월간 지표에서 벗어나 전체 흐름을 놓고 판단했다. 우리 경제에 대한 흐름은 금통위 시각이 지난번과 달라진 건 없다.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한 가계부채에 대한 판단은.
△정부와 감독당국이 가계부채의 높은 증가세를 억제하고자 대책 강구하고 있다. 앞으로는 증가세가 전보다는 완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가계부채 양적으로 크게 늘어났지만 부채의 분포 상황이나 가계의 금융자산 현황을 감안해볼 때 가계의 채무 상환능력은 전반적으로는 양호하다. 우선 가계부채 구조의 질적 측면에서 개선이 있었다. 고정금리 상환 비중이 높아졌다. 가계대출이 늘어났지만 상대적으로 우량한 차주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늘었다. 가계부채 중에서 고신용(신용등급 1~3등급), 고소득(소득 상위 30%) 등 우량 차주 비중이 65% 내외에 이른다. 금융부채를 가진 가구를 보더라도 금융자산이 금융부채를 웃돌고 있다.
최근 무디스 피치 등 주요 신용평가기관도 국내 금융기관의 높은 건전성, 가계부채의 차주 분포나 질적 구조 개선 노력을 감안해볼 때 한국의 가계부채가 금융 시스템 리스크로 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가계부채를 가볍게 볼 수 없다. 올해 들어 시장 금리 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있고 대내외적으로 금융경제 여건의 불확실성이 매우 높다. 이 때문에 저신용 저소득 다중채무자 등 취약차주의 채무부담에 대해선 여러 가지 유의해서 봐야겠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2금융권 가계부채 심사를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관련 수요가 대부업체로 옮겨가는 2차 풍선효과가 우려된다. 가계부채 관련 대책의 방향 바람직한가.
△정부가 내놓은 여러 대책이 효과를 나타내면서 작년 12월, 올해 1월 가계부채 증가세가 크게 낮아졌다. 그렇지만 최근 가계부채 증가세 둔화엔 계절적 요인도 있다. 이사철 지나면서 좀더 지켜봐야겠다. 정부 입장에서는 거시경제정책 등을 다 고려해서 조치 취할 수밖에 없기에 가계부채 대책이 점진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이해해달라.
-최근 수출 지표가 ‘V’자 반등을 나타낸다. 수출 성장 경로는 어떻게 전망하나.
△수출은 1월 봤던 전망경로에 비해 좀더 개선될 것으로 본다. 그 배경은, 최근 수출 증가세를 보면 지난해 11월부터 물량과 금액 양쪽에서 증가세가 확대되고 있다. 지역적으로도 확대됐다.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패널 등 글로벌 IT업황이 호조를 보인 게 컸고 유가 상승에 따라 자원 수출국의 경기도 살아나고 있다. IT가 주도하고 있지만 비IT까지 포함해 고루 증가하고 지역도 어느 한쪽만이 아닌 대부분 지역에서 수출 호조를 보이고 있다.
수출이 마냥 좋다고 보기엔 보호무역주의 경향이 미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증대되는 상황에 놓여있다. 중국도 정치·외교적 이유로 무역제재가 있을 가능성을 감안해보면 수출 여건이 마냥 좋지만은 아닐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품목·지역 다변화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맞겠다.
-중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됐을 때 우리나라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중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중국의 대미 수출이 줄어들 것이다. 중국 위안화가 처음엔 물론 절상 압력 보이겠지만 성장세가 둔화되며 다시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 궁극적으로 위안화 약세가 되면 중국과 높은 교역관계를 가진 우리나라로선 수출과 국내 경기에 부정적 영향이 클 수 있다. 위안화 변동성이 커진다면 원화 변동성도 같이 커질 수 있다.
-경상수지 흑자가 커진 데는 고령화에 따른 구조적 요인만이 영향을 준 것인가.
△흑자 요인을 다각도로 분석해보면 경기적 요인과 구조적 요인,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제일 큰 경기적 요인은 저유가로 인해 수입금액이 크게 감소했던 점, 내수가 둔화되면서 수입 수요가 부진했던 점이 있다.
구조적 요인 가운데 고령화 요인이 가장 크다. 고령화가 진전될수록 저축률이 높아져 경상수지 흑자가 확대된다. 국내 고령화 진전 속도가 워낙 빠르기 때문에 이에 따른 구조적 요인이 경상수지 흑자에 영향을 줬다.
계량적으로 보면 경기적 요인이 아무래도 더 크지만 구조적 요인도 상당부분에 이른다. 저유가에 따른 수입단가 하락 효과가 약해지고 설비투자 개선으로 수입이 견조하게 늘 것으로 예상돼 경기적 요인의 경상수지 확대 기여분이 줄 것이다. 구조적 요인, 고령화에 따른 경상수지 흑자는 앞으로도 지속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원화가 강세를 보일 때 물가와 수출에 어떤 영향 가능한가.
△원화 강세가 지속된다면 물가엔 하방 압력으로, 수출엔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원화가 강세를 보인다면 가격 경쟁력 떨어뜨려 수출에 영향 주겠지만 한국 경제의 구조 변화로 인해 수출에 대한 환율의 영향력은 옛날보다 낮아졌다. 근거로는 국내 기업의 해외 생산 비중이 상당히 높아졌다. 생산활동에 있어 수입 중간재 비중이 높아졌다. 점점 더 품질 등 비(非)가격 경쟁력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좀더 커지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런 점 감안하면 종래 환율 가격 경쟁력을 통한 수출 영향력이 과거보다 약화됐다.
-정부에서 채권수익률(일드 커브) 곡선 정상화를 언급하면서 장기금리 위주로 금리가 올랐다.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나.
△정부는 일드 커브가 상당히 완만한 데 따른 문제를 제기한 원론적 발언으로 이해한다. 시장 수요에 맞춰 장기채 발행을 늘려 일드 커브를 스티프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는 얘기였다.
장기 시장금리는 기본적으로 경기와 물가 상황이 어떤지, 물론 통화정책 기대가 작용할 것이고 해외 금리가 어떨 것인지, 해외 금리가 채권 수급 상황이 장기 시장금리에 영향 주게 된다. 장기 시장금리는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 외에 매우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정책 당국이 장기 시장금리를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기도 어렵고 그렇게 해석할 필요도 없다.
-1월 물가상승 폭이 커지면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있다.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나.
△실질금리는 통상 명목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개념이다.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인 상황은, 그만큼 한은이 저조한 국내 경제의 성장 모멘텀을 부추기기 위해 통화정책을 그만큼 완화적으로 운용한다는 하나의 증거다. 통화정책 방향의 기본 스탠스는 수요 면에서 물가 상승압력 크지 않고 성장세가 미약하기에 당분간 완화 기조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실질금리 마이너스가 오래된다면 경기회복에 도움되겠지만 그 자체가 금융 불균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경기회복과 금융안정 목적으로 조화롭게 달성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FX스와프포인트 하락하면서 외국인의 원화 채권에 대한 재정거래 투자 수요를 높인다는 분석이 있다. 최근 외국인의 단기 채권 보유 증가를 어떻게 보나.
△FX스와프레이트가 하락하는 것은 크게 보면 세 가지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근본적인 것은 내외금리차 축소를 들 수 있다. 그 다음에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해외 투자를 확대함에 따른 외화자금 수요가 우위를 보이고 있다. 또 하나, 역외 선물환 매도 증가에 따라 은행이 포지션 조정을 하기 위한 외화자금 수요가 늘어났다.
지금 스와프레이트가 하락함에 따라 재정거래 유인이 확대되고 이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들이 재정차입 목적으로 국내 채권 투자를 늘리려는 움직임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다만 스와프레이트가 현 수준에서 크게 더 하락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외국인 투자자의 재정차입 목적의 채권 투자도 제한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