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강진으로 일본이 전후 최대의 경제적 위기에 처했지만,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원전 폭발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또 다른 충격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15일 현대차(005380) 산하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가 발표한 '일본 대지진의 경제적 영향 분석'에 따르면 당장은 금융부문에만 제한적으로 영향이 있지만,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경기둔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엔화는 피해 복구를 위한 엔화 수요 확대로 초기에 일시적으로 강세를 보일 수 있지만 일본 정부의 엔화 공급 확대 및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 때문에 점차 약세로 전환될 전망이다. 원전 피해 확대로 일본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안전자산으로서 엔화의 위상 약화도 우려된다.
특히 원전 폭발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일본 정부는 전력 생산에 필요한 원유나 석탄 수입을 늘릴 것이기 때문에, 국제 유가가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자동차, 철강 등 주요산업 생산 중단
11일 일본 미야기현 등 동북부 지방 인근에서 발생한 규모 9.0의 강진으로 4만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하고 자동차, 철강 등 주요 산업 생산이 중단됐다. 국제 외환시장에서는 향후 일본 재건 자금에 따른 엔화 수요 증가 전망으로 엔화 가치가 강세를 보이는 한편, 유가는 하락세를 보였다.
강진으로 일본 경제 성장세의 위축 및 정부의 재정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특히 주요 산업들의 가동 중단과 기업들의 수출 악화 등에 따른 피해로 올해 일본 국내총생산(GDP)은 1~2%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연구소측은 "일본 국가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200%에 육박한 가운데 재건 비용으로만 국내총생산의 2~3%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재정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고 밝혔다.
◇ 세계경제 영향은 미미..국제 금융시장 충격
연구소는 단기적으로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일본경제가 '제로 성장'으로 세계경제 기여도가 낮아 세계 경제의 위축 가능성은 낮다는 이야기다.
일본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고 미국과 중국 경제가 상대적으로 견조하기 때문이다. 고베 대지진 전인 '94년 전세계 명목 GDP에서 17.9%를 차지했던 일본의 비중은 2010년 8.7%로 15년 동안 절반 수준으로 하락했다.
하지만, 일본 대지진은 최근 아중동 정정불안과 유럽 금융위기 재확산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확대시켜 국제 증시와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 충격도 단기적으론 크지 않아..유가 급등 우려
한국역시 일본이 교역규모가 924억 달러나 되는 2위 무역 상대국이지만 지진 피해가 단기에 그칠 경우, 대일 의존도가 높은 부품 소재 분야의 일부 산업을 제외하고는 직접적으로 큰 피해는 없을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원전 피해 확산 등으로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유가급등으로 피해가 커질 가능성도 있다.
연구소는 "사태가 악화 및 장기화될 경우, 단기 수습 시 예상됐던 수준의 2배 이상인 일본 GDP의 5%를 초과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특히 고베 대지진 당시와는 달리 현재 일본의 경제 여건은 매우 불리해 장기화될 경우 금융위기이후 다소 회복세를 보이던 일본 경제가 또다시 침체 국면으로 빠져들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일본이 피해 복구를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해 그동안 지속돼 왔던 미국 국채매입(2010년말 현재 8820억 달러)을 중단하거나 연기할 경우, 미 국채 및 달러화 가치 하락도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 관련기사 ◀
☞[투자브리핑] 측은지심은 측은지심이고 주판알 튕겨보니
☞현정은 회장 "구체적 제안와야"..여전히 동상이몽?
☞국민연금, 정몽구 회장 이사 선임에 반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