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전간부 "조합비 유용했다"

김현아 기자I 2011.02.21 19:56:14

조합비 유용 고백..금속노조에 "선동정치 말라"
비정규직 노조 게시판, 의견 엇갈려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비정규직 노조의 전 간부가 노조 임원들이 조합비를 유용했다는 내용의 유인물을 만들어 배포했다.
 
현대차(005380) 비정규직 노조(사내하청 노조)는 최근 서울고법의 사내하청근로자 파견근로자 인정을 계기로 2차 파업 투쟁을 추진중이어서, 이 유인물 내용에 대해 조합원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비정규직 노조 전 간부 최모씨는 21일 '경찰 자진출두에 앞서 먼저 비지회 (비정규직 노조 지회) 조합원들에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노조 임원의 조합비 유용, 횡령 사실을 인정한다"면서 '최근 조합비 계좌 입출금 내역'을 공개했다.
 
그는 "저를 포함 비지회 임원들이 저지른 과오들과 외부조직의 형님 활동가들의 선동정치의 실상들을 낱낱이 고백해 비지회가 정상적인 노동조합으로 거듭나는 데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자 한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지난해 4월부터 생활비가 없어 조합비 통장에서 임의로 인출해 임원들까지 유흥비, 복권, 사행성 게임장 비용 등으로 사용했고 횡령규모는 2000여만원을 넘어서 다시 채워놓기로 약속했지만, 아직 1500여만원이 비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합원의 혈세인 조합비를 유용하는 일은 너무도 쉬운 일이 돼버렸다"며 " 당시는 수배 중이라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저지른 일이지만, 특별교섭 및 천막농성 기간 중 저와 다른 임원 한 명은 조합비를 인출해 사측 관리자의 차량을 얻어 타고 사행성게임장을 다닌 적도 있다"고 고백했다.

최모씨는 또 "지난 주부터 사측이 징계통보를 해오는데, 약자인 우리를 도와준다는 미명하에 투쟁을 배후에서 기획하고 선동했던 금속노조와 외부 형님 활동가님들은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고 책임도 지지 않은 채 또다시 2차 파업 선동에만 열을 올려 분노마저 치밀어 오른다"고 밝혔다.

그는 "비지회 동지들을 더 이상 사지로 내몰지 말아달라"며 "법적으로 승리가 확실한데 왜 자충수를 두게 하냐. 이대로 가면 비지회 동지들의 절반 이상이 정규직화 이후에 사측의 징계해고감이 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최모씨는 "조합원 신분을 유지하면서 대법 승소만 기다리면 정규직화는 보장된 것이었는데 포기해야 한다"며 "도덕성이 결여된 활동에 대한 자각과, 금속노조 등에 끌려다녀 조합원들에게 피해만 돌아가고 있는 현실에 환멸을 느껴 석고대죄 하는 마음으로 유인물을 발행하게 됐다. 지면으로 밝히지 못한 문제는 경찰조사에 자진출두해 밝히겠다"고 했다.

한편, 비정규직 노조 게시판에는 사측과의 관련성을 의심하는 글들과 지도부를 더이상 믿기 어렵다는 의견, 앞으로의 투쟁 방향을 혼란스러워하는 글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