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코비트 지분은 티와이홀딩스와 KKR이 50%씩 보유하고 있다. 이번 매각에 따라 양측은 절반인 1조 350억원씩을 가져가게 된다. 다만 태영그룹은 양 사가 맺은 공동매각 합의서에 따라 KKR에서 빌린 차입금을 우선 상환하고 나머지는 차등 분배하기로 했다.
티와이홀딩스 측은 “당사 보유주식은 채권자인 KKR 크레딧펀드(Plutus Holdings II L.P.)에게 담보로 제공돼 있고, 해당 담보재산의 처분에 관한 채권자 및 발행회사 주주들과의 정산에 따라 최종적으로 당사가 수령하게될 대금은 매각대금과 상당한 차이가 있는 일부 금액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티와이홀딩스는 유동성 위기에 봉착한 태영건설 지원을 위해 지난해 1월 KKR 크레딧펀드로부터 4000억원을 빌렸다. 당시 책정된 연이율은 13%로, 올해 9월까지 20개월분의 지연이자는 867억원 수준이다. 태영그룹 몫으로 떨어지는 1조 350억원에서 대여금과 지연이자를 제외하면 태영 측이 손에 쥐는 돈은 5483억원에 그친다.
여기에 세금 문제도 남아 있다. 대주주(상장사 지분율 1% 이상 혹은 시가 10억원 이상 주식 보유)가 주식을 양도해 이익을 남길 경우 세율은 과세표준 3억원 초과시 25%, 지방세 2.5%까지 포함해 27.5%다. 이번 지분 매각에 최대 세율이 적용될 경우 5000억원이 넘는 세금이 책정될 수 있다는 얘기다. 결손금이나 비용 처리 등으로 과표 구간을 낮출 수는 있지만, 에코비트 매각 규모가 2조원 이상으로 큰 만큼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KKR 대여금을 갚고도 얼마의 금액이 어떤 방식으로 차등 배분될지가 베일에 가려져 있다는 점이다. KKR은 2020년 TSK코퍼레이션 지분 37.5%를 4410억원에 취득했고, 같은 해 에코솔루션그룹(ESG)홀딩스를 8750억원에 인수했다. 2021년 KKR이 에코그린홀딩스 인수를 위해 세운 특수목적법인(SPC)과 TSK코퍼레이션이 합병하며 지금의 에코비트가 탄생했다.
KKR이 에코비트 투자에 투입한 원금만 1조 3160억원에 달한다. 그동안 KKR이 2020~2022년 3년간 에코비트 배당으로 800억원을 회수했지만, 이번 매각으로 KKR 몫인 절반(1조 350억원)을 가져가도 이미 2000억원 가량을 손해보는 상황이다.
태영그룹은 올해 1월 에코비트 매각을 핵심으로 하는 1조 6000억원 규모 자구안을 제출했다. 당시 시장에서 거론되던 에코비트 기업가치가 3조원에 달했기에 KKR 대여금 상환 이후에도 1조원 가량이 남을 거란 기대가 컸다. 하지만 에코비트 매각가가 2조원을 간신히 넘긴 만큼 자구안 재원을 마련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태영건설에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들도 노심초사하고 있다. 한 대주단 관계자는 “2조 700억원 매각에서 KKR에 우선 정산 권리를 주면 세금까지 포함해 마이너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KKR에 얼마를 보상하느냐에 따라 에코비트를 팔고도 (대주단은) 1원 한 푼도 못 건질 수도 있다”고 토로했다.
태영그룹 관계자는 “대여금과 원리금 상환 등 여러 가지 조건을 두고 KKR과 협의 중에 있다. 협의 내용이 결정돼야 (태영그룹으로 유입되는 자금이 얼마가 될지) 액수가 나올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