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성 적고, 30kg까지 견디는 접착제 소재 개발

강민구 기자I 2023.10.16 15:36:33

화학연, 비경화성 접착 소재 연구
13kg에서 30kg으로 한계 무게 늘려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환경오염에 따라 독성이 강한 경화성 접착제 대신 인체에 무해한 비경화성 접착제에 관심이 늘고 있다. 그런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소량의 비경화성 접착제로 높은 접착 성능을 보이는 소재를 개발했다.

이상호 한국화학연구원 박사.(사진=한국화학연구원)
한국화학연구원은 이상호 박사 연구팀이 김병수 연세대 교수팀과 함께 인체에 무해한 고분자 소재의 수소결합을 극대화하는 방식을 적용해 소량으로도 30㎏ 이상을 버티는 비경화성 접착 소재를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기존 접착제는 접착력을 높이기 위해 주로 굳는 방식의 경화성 접착제를 사용한다. 대부분 독성이 강한 물질이 들어있고 사용 후 남은 접착제를 없애기 어렵다. 이번에 개발한 비경화성 접착 소재는 인체에 무해한 물질로 만들었고, 사용 후 접착제를 제거하기도 쉽다.

기존 수소결합 기반 비경화성 접착 소재는 접착 성능이 0.16㎎/㎠당 약 13㎏ 정도에 그쳐 산업계에서 활용되기는 어려웠다.

연구팀은 기존 비경화성 접착 소재의 낮은 접착력을 해결하기 위해 접착 소재 간 수소결합을 최대한 유도하는 구조로 고분자 형태를 정밀하게 변형했다. 그 결과, 경화성 접착제 수준의 0.16㎎/㎠ 당 30㎏ 이상 무게를 버티며 기존 비경화성 접착제에 비해 접착 성능을 2배 이상 높였다.

연구팀은 인체에 안전한 폴리에테르 폴리올을 접착 소재로 삼고 연구를 시작해 처음에는 ‘환형가지형, 고분지형, 선형’ 3가지 모양의 폴리에테르 폴리올로 변형시켰다. 이 중 긴 모양의 ‘선형’ 구조가 가장 수소결합이 강한 상태를 보였다.

이후 수소결합을 극대화하기 위해 더 강한 수소결합을 유도하는 카르복시산(Carboxylic acid) 기능 구조를 추가했다. 카르복시산 기능기가 추가된 폴리에테르 소재들은 이전과 달리 ‘선형’이 아닌 동그란 모양의 ‘환형가지형’ 구조에서 수소결합을 가장 잘 유도했고, 우수한 접착력을 나타냈다.

접착력을 더 강화시키기 위해 카르복시산을 더하지 않은 물질 중에서는 수소결합이 가장 강했던 ‘선형’의 폴리에테르 폴리올도 함께 섞자 유리 기판을 붙이는 실험에서 기존 대비 2.6배 높은 접착 성능을 보였다. 유리뿐만 아니라 수소결합을 유도할 수 있는 철, 플라스틱 등과 같은 다른 소재에서도 높은 접착력을 기록했다.

이 소재는 버틸 수 있는 접착력 이상의 힘을 가해 끊어지더라도, 열을 가하면 원래의 상태로 되돌릴 수 있는 수소결합의 특징이 있어 재활용하기 좋다. 일상생활에서 자주 쓰이는 알코올 등을 이용해 쉽게 제거된다는 장점도 있다.

연구팀은 앞으로 생활용품, 전자기기, 이동수단(자동차, 선박), 바이오 제품 등 다양한 산업에 응용할 수 있다고 봤다.

이영국 화학연 원장은 “이번 연구로 기존 비경화성 접착 소재의 한계를 극복해 접착 성능이 높아졌고, 인체에 무해하며 재활용 및 제거가 용이하다는 점 등 다양한 장점을 갖추고 있어 경량화가 필요한 전자기기/자동차 제조 분야 및 생활용품, 인체 친화적 바이오 제품 등 여러 분야의 기업에서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8월호 표지 논문으로 게재됐다.

접착제 성능 시연 장면.(사진=한국화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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