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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광주지방법원은 생존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에 대한 공탁을 전날 ‘불수리’하기로 했으며, 이춘식 할아버지에 대해서는 서류 미비를 이유로 ‘보정 권고’(수정)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주지법의 경우 고(故) 박해옥 할머니 유족을 상대로 정부가 신청한 공탁도 보정권고를 내렸다.
외교부는 법원이 양 할머니에 대한 공탁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한 데 대해 즉각 유감을 표명하고 이의절차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즉시 이의절차에 착수해 법원의 올바른 판단을 구할 것이며, 피해자의 원활한 피해 회복을 위해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이미 면밀한 법적 검토를 거친 바 있고, 위 1건의 불수리 결정은 법리상 승복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외교부는 공탁 제도가 공탁 공무원의 형식적 심사권, 공탁 사무의 기계적 처리 및 형식적인 처리를 전제로 운영돼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거론했다. 외교부는 “공탁 공무원이 형식상 요건을 완전히 갖춘 공탁 신청에 대해 ‘제3자 변제에 대한 법리’를 제시하며 불수리 결정을 한 것은 공탁 공무원의 권한 범위를 벗어난 것이자 헌법상 보장된 ‘법관으로부터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이는 유례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담당 공탁 공무원은 소속 다른 동료 공무원들에게 의견을 구한 후 ‘불수리 결정’을 했는데 이는 공탁 공무원이 개별적으로 독립해 판단하도록 한 ‘법원 실무 편람’에도 어긋나는 것”이라며 “변제 공탁 제도는 원래 변제를 거부하는 채권자에게 공탁하는 것으로서, 그 공탁이 변제로서 유효한지 여부는 향후 재판 과정에서 판단될 문제”라고 꼬집었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날 취재진을 만나 “재단에서 이의신청 절차을 검토해서 최대한 조속히 신청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제3자 변제 방안을 수용하지 않는 피해자 측은 정부의 공탁 시도가 강제징용 피고 기업의 채권을 소멸시키기 위한 목적이라며 적극 반발하고 있다. 정의기억연대·민족문제연구소 등 전국 600여개 단체로 구성된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탁 철회를 요구하는 내용의 항의 서한을 외교부에 전달했다. 이들은 대국민 모금운동을 통해 1억원의 성금을 모으기도 했다.
한편, 앞서 지난 3월 외교부는 일본 피고 기업 대신 재단이 모금한 돈으로 피해자들에 배상금을 대신 지급하는 제3자 변제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2018년 대법원 승소 확정판결을 받은 15명 중 11명이 수용했지만 나머지 4명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정부가 이들의 판결금과 지연이자를 법원에 공탁하기로 했으나 난항에 빠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