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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2000건씩` 밀려드는 불법 주정차 신고에…일손 놓은 지자체들

최정훈 기자I 2019.07.29 14:15:15

4대 불법 주·정차 주민신고제 100일…신고접수 20만건
접수건수 95% 처리…과태료 부과도 12만 건 넘어
지자체들 “보복성 민원과 인원 부족에 업무 부담 커"
행안부 “교통부서 열악 이해…지자체장 관심 우선돼야”

자료=행정안전부 제공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4대 불법 주·정차 주민신고제가 시행된 지 불과 100일만에 20만건이 넘는 신고가 접수됐다. 그러나 관련 민원이 빗발치면서 인력이 부족한 지방자치단체들은 갑자기 늘어난 업무 부담에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게다가 지자체마다 시간·횟수 제한 등 운영 방식도 달라 형평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4대 불법 주·정차 주민신고제 100일…신고접수 20만건 넘어

29일 행정안전부는 4대 불법 주·정차 주민신고제 시행 이후 100일 동안 전국적으로 총 20만 139건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이중 19만 2015건을 처리했고 12만 7652건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했다. 지난 4월17일부터 시행된 이 제도는 △소화전 주변 5m 이내 △교차로 모퉁이 5m 이내 △버스정류장 10m 이내 △횡단보도 위를 4대 불법 주·정차 금지구역으로 지정하고 위반차량에 대해 신고접수를 받아 과태료 등 조처한다. 안전신문고 앱 등을 통해 1분 간격으로 위반 사진 2장을 찍어서 신고하면 현장 단속 없이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지역별 주민신고 현황을 보면 경기도가 가장 많은 5만 5058건에 이르는 신고건수를 기록했고 △서울(1만 8761건)와 △인천(1만 8708건) △부산(1만 2820건)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또 신고접수 2건 가운데 1건은 횡단보도(55.3%) 불법 주·정차였고 △교차로 모퉁이(20.3%) △버스정류소(15.3%) △소화전(9.1%) 순이었다.

정부는 지난 6월에 주민신고가 가장 많은 시·군·구를 대상 51개 구역을 선정해 점검한 결과, 4대 불법 주·정차 금지 장소 총 2792개소 중 928개소(33.2%)에서 위반사례를 적발했다. 유동인구가 많은 상업지역에서의 위반비율이 가장 높았고 위반 장소 3건 중 2건은 교차로 모퉁이와 횡단보도였다. 특히 정부는 화재 시 안전 문제와 직결되는 소화전 앞 불법 주·정차에 대해선 다음 달 1일부터 과태료를 현행 4만원에서 8만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현장점검에 참여했던 윤종진 세종특별자치시 안전보안관은 “주민신고제 시행 초기에는 신고를 위해 사진을 촬영하는 공익 신고자와 운전자 간에 다툼이 간혹 발생했지만 최근에는 차량을 이동시키겠다며 잘못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자료=행정안전부 제공


◇지자체 “보복성 민원과 인원 부족으로 업무 부담 커”

달라진 현장 분위기와는 다르게 실제 신고 접수를 하고 과태료를 부과하는 지자체는 여전히 가중된 업무 부담을 호소했다. 이들은 단속 대상의 보복성 민원과 신고로 인한 어려움이 크다고 토로했다. 서울의 한 자치구 관계자는 “신고 접수와 민원으로 전화에 불이 나 다른 업무를 볼 수 없던 적도 있다”며 “자신이 왜 단속대상이 됐는지부터 주차 공간도 없이 단속한다며 욕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특히 주민신고제도 국민신문고를 통해 들어오는 공식 민원이기 때문에 한 사람이 악의적으로 수백 건을 신고해도 일일이 답변을 달아야 할 의무로 부담이 크다는 설명이다.

경기도 한 지자체 관계자도 “과태료를 문 사람들이 악의적으로 하루에 수백 건씩 신고접수를 하기도 한다”며 “결국 과태료 대상인지 일일이 확인하는 건 사람이 판단해야해 갑작스럽게 늘어난 업무가 부담된다”고 털어놨다. 다른 지자체 관계자도 “최근에 행안부에서 주민신고제 관련해서 부족한 인력 수요를 조사해 바로 충원을 요청했다”며 “지금 인력으로는 주민신고제를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라 주민신고제를 운영하는 방법도 지자체마다다 제각각이다. 행안부는 지자체에 24시간 신고 접수를 받고 신고 횟수도 제한하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의 경우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하고 그 이후엔 소화전 앞을 제외하면 신고할 수 없다. 성남시는 신고접수가 하루 신고 횟수를 3회로 제한하기도 했다. 지자체별로 불법 주정차가 단속과 과태료 기준이 달라 형평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행안부 “교통부서 열악 이해…지자체장 관심 우선돼야”

행안부는 지자체 교통부서가 다른 부서에 비해서 열악한 상황임을 이해한다면서도 불법 주·정차 문제는 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지자체의 관심과 노력이 선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주민신고제 자체는 법적인 사항이 아니라 지자체 단속 사항이기 때문에 지자체 관심이 우선”이라며 “시간선택제 공무원 등 유동적인 인력 충원 방법으로도 해결이 가능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지자체별로 운영방법이 다른 것에 대해서도 협의를 통해 개선해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의정부시는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까지만 받던 주민신고를 행안부 권고에 따라 24시간으로 바꾸기도 했다.

김계조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도 “잘못된 관행을 바꾸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자신의 편리함을 이유로 다른 사람의 안전을 위협하는 습관은 반드시 바꿔야 한다”며 “불편하더라도 우리 모두의 안전을 위해 동참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어 “지자체와 협력해 불법 주·정차 과태료 징수액을 주차장 설치 및 교통안전시설 확충 등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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