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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경찰서는 약사법 위반 혐의로 의약품 도매업체 대표와 제약사 직원, 중간 유통업자 2명, 병원 관계자 등 총 5명을 검거해 지난달 26일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고 5일 밝혔다. 이들 중 중간 유통업자 2명은 구속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약 4억 1000만원 상당의 에토미데이트 1740상자를 불법 판매하고 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현행 약사법에 따르면 약사·한약사가 아니면 의약품을 판매할 수도 없고 판매할 목적으로 취득해서도 안 된다. 하지만 이들은 에토미데이트를 병원 등에 납품한 것처럼 위장한 뒤 이를 빼돌려 제약사 직원과 중간 유통업자 등을 통해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불법 유통하고 판매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의약품 도매업체 대표 A씨는 제약사 직원 B씨와 함께 병원 관계자 등과 협의한 뒤 약물을 정상적으로 납품한 것처럼 위장해 에토미데이트를 빼돌렸다. A씨로부터 약물을 넘겨받은 B씨는 이를 중간 유통업자들에게 넘겼고, 중간 유통업자 C(39)씨와 D(34)씨는 유흥업계 종사자들에게 이를 판매하거나 직접 주사해 준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에토미데이트를 정상 가격보다 최대 23배가량 비싸게 팔기도 했다.
에토미데이트는 프로포폴과 효능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제2의 프로포폴’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주사제다. 그러나 프로포폴은 2011년 마약류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돼 관리가 강화됐지만 그동안 에토미데이트는 전문의약품으로만 관리돼 비교적 관리가 허술하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전문의약품은 의사 처방전이 필요한 약품이다.
경찰은 올해 1월 서울 강남구 한 모텔에서 에토미데이트를 투약한 20대 여성이 욕조에서 숨진 사건을 시작으로 에토미데이트 불법 유통·판매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직접 사인은 익사였으나 경찰은 에토미데이트 투약으로 해당 여성이 의식을 잃었고 결국 사망의 원인이 된 것으로 봤다. 이후 경찰은 에토미데이트가 유흥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서 급속히 퍼지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뒤 지난 4월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에토미데이트와 같이 오·남용 우려가 있는 약품 관리를 강화할 것”이라며 “약물 남용 사례를 식품의약품안전처·보건복지부 등 관계기관과 공유하고 불법 유통사범은 지속해서 단속해 엄정 대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