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교육부는 지난달 31일 ‘국민참여소통채널’을 통해 ‘2022 개정 교육과정 시안’을 공개했다. 해당 시안 중 한국사 부분에서 6.25 전쟁을 기술하는 과정에서 ‘남침’을 삭제하고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가 삭제돼 보수 진영으로부터 여러 비판을 받았다. 또 총론에서 ‘생태전환교육’, ‘노동인권교육’이 기술되지 않고 민주시민교육 관련 내용이 축소돼 진보 진영으로부터도 비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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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개정 교육과정 시안을 두고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28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2022 개정 교육과정 퇴행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생태전환교육·노동교육을 교육과정 총론에 명시할 것을 요구했다. 전교조는 “노동교육과 생태전환교육이 총론에서 삭제되고 민주시민교육이 축소되는 등 교육과정이 과거로 퇴행하고 있다”며 생태전환교육·노동교육 등을 총론에 명시할 것을 요구했다.
‘남침’·‘자유민주주의’ 등 용어를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19일 교육부가 공개한 ‘교육과정 시안에 대한 대국민 의견수렴’에 따르면 많은 이들이 6.25 전쟁을 설명하는 기술에 ‘남침’을 기술하고 ‘자유민주주의’에 ‘자유’를 명시할 것을 요구했다. 시민단체 ‘자유민주교육국민연합’은 지난 5일 광화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점진적인 좌편향 교육을 통해서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위협하고 있는 특정 세력의 시도를 바로잡는 데 앞장서겠다”며 남침·자유민주주의 명시 등을 명확히 할 것을 요구했다.
성평등한 교육과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22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포괄적 성교육 권리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는 28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 의견이라는 미명 아래 차별적이고 혐오적인 의견이 나오고 있다”며 “성평등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교육과정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성을 있는 그대로 나타낼 수 있는 정확한 용어를 사용하는 것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교육부는 진행한 대국민 의견수렴 결과 ‘성평등을 양성평등으로’, ‘낙태 관련 내용 삭제’ 등을 요구하는 의견이 있었다는 결과를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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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논란에 교육부는 28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 2차 시안에 대한 교과별 공청회를 열고 온라인을 통해 의견을 수렴한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공청회를 거친 뒤 전문가 의견수렴, 교육과정심의회 등을 거쳐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로 넘겨 11월 중 심의·의결받겠다는 입장이다.
‘교육정책이 사회적 합의에 기반해 안정적이고 일관되게 추진되도록 한다’는 목적으로 설립된 국교위는 2022 교육과정 시안 심의·의결이 사실상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설립 전부터 제시됐던 정파성 논란으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배용 국교위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참여한 이력으로 야당으로부터 부적격 판정을 받은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추천 상임위원인 정대화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역시 2007년 민주당의 전신인 대통합민주신당의 대표 비서실장을 지내는 등 강한 색채를 띄고 있다는 평이다. 국민의힘 추천 상임위원인 김태준 전 동덕여대 부총장도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 후보로 공천 신청을 한 바 있다.
당초 국교위 구성 자체가 정치권 추천이 다수를 차지하는 만큼 정파성·편향성 논란을 벗어나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실제로 국교위 위원 21명 중 대통령이 위원장을 포함해 5명을 지명하고 국회에서 9명을 추천하는 등 정치권 추천이 다수 인사를 차지한다. 김경회 명지대 석좌교수는 “전문성보다는 진영을 대표하는 인사로 (국교위가) 구성됐기 때문에 진통이 예상된다”며 “위원장이 의견을 조율하며 차근차근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