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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치의 경고 "尹정부도 안 바꾼 재정부양, 중장기 韓신용등급에 악재"

이정훈 기자I 2022.04.26 13:05:49

`3대 신평사` 피치 亞국가신용등급 담당 주크 이사 인터뷰
"보수진영 집권했어도 내년까지 韓 재정적자 지속될 듯"
"재정정책 정상화의 길 가는 비교대상 국가들과 딴 방향"
"인구 감소도 재정에 부정적…중장기 국가신용등급 압박"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한국이 동일한 국가신용등급을 가진 국가들에 비해 재정적자나 국가채무가 지나치게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재정 건전성을 회복하려는 이들 국가들과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특히 중장기적으로는 재정 악화가 국가신용등급 하향 압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제러미 주크 이사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피치 레이팅스(Fitch Ratings)에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신용등급을 담당하고 있는 제러미 주크 이사는 26일 이데일리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우리 재정 상황이 아직까진 `AA-`인 국가신용등급에 부합하는 수준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이처럼 우려 섞인 경고도 잊지 않았다.

그는 “최근 국제유가 급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계와 중소기업 등을 위한 재정부양이 좀 더 필요할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직후 편성할 최소 30조원대의 추가경정예산과 이후 재정정책 기조에 대해 우려감을 내비쳤다. 주크 이사는 “보수진영이 집권하게 됐는데도 한국 재정적자가 적어도 내년까지는 지속될 것”이라고 점치며 올해는 물론이고 내년에도 재정부양 기조가 이어지지 않을까 의구심을 표했다.

그는 “내년에 재정정책 기조가 정상화 쪽으로 바뀔 지 여전히 불확실하다”며 “새 정부가 처음으로 편성할 2023년 예산안을 봐야 향후 윤 정부의 재정정책 기조를 확실히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현재 한국의 재정 건전성이 국가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칠 만큼 나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주크 이사는 “팬데믹 동안 한국의 국내총생산(GDP)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상당히 가파르게 높아졌지만 이는 다른 비교대상 국가에 비해 과한 수준은 아니었고, 50% 수준인 국가채무 비율도 `AA` 등급 국가 중 중간 정도”라고 평가했다.

다만 “(우리 전망대로) 한국이 내년까지도 재정적자를 지속한다면, 이는 이미 정부 지출을 줄여 팬데믹 이전 재정정책으로 되돌리고 있는 다른 `AA`등급 국가들과 다른 방향”이라며 “저출산으로 인해 인구가 줄어 재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까지 감안할 때 재정정책 정상화가 늦으면 중장기적으로 이 부분이 한국 국가신용등급에 하향 압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그는 한국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팬데믹 이후 정부가 적극적 재정지출 정책을 펴는 가운데 재정적자를 어느 정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듯한 한국 국민들의 태도가 차츰 고착화하고 있는 것 같다”며 우려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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