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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현상은 서울 중심부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이달 준공 예정인 경기 광명시 일직동 ‘광명역 GIDC’ 지식산업센터에선 전용 94㎡형 호가가 5억6820만원까지 올랐다. 3년 전 분양했던 가격(4억9320만원)보다 15% 값이 올랐다.
이처럼 프리미엄까지 얹어져 분양권이 거래되고 있는 건 지식산업센터가 부동산 규제를 피할 대안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지식산업센터는 사업자 등록만 하면 누구나 분양을 받을 수 있고 주택과 달리 당첨 후 전매 제한도 없다. 분양가의 80%까지 담보 대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적은 돈으로도 투자에 뛰어들 수 있다. 정부는 지식산업센터에 입주하겠다며 분양권을 취득하면 취득세·재산세도 감면해준다. 청약·대출·규제로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는 문재인 정부 정책에서 자유로운 상품인 셈이다.
서울 등에선 입주 후에도 지식산업센터 가격이 고공행진한다. 지난해만 해도 신축도 3.3㎡당 1700만원선이었던 서울 성동구 성수동 일대 지식산업센터 사무실 시세는 올 들어선 2500만원까지 솟았다. 경기가 어려울수록 관리비가 저렴한 사무실을 찾아 지식산업센터에 입주하려는 기업 수요가 늘어난다는 게 주변 공인중개사들 전언이다. 특히 성수동과 영등포는 각각 강남·여의도 대체지로 선호 받고 있다.
문제는 지식산업센터 몸값이 높아지면서 공급도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지식산업센터 77곳이 신설 승인을 받았다. 산업단지공단이 통계를 집계한 후로 가장 많은 양이다. 올해도 지난달 말까지 61곳이 신설 승인을 받고 지식산업센터를 건설 중이다.
지식산업센터 공급 과잉 우려가 그치지 않는 건 이런 배경에서다. 지금도 수도권 외곽 지식산업센터 가운데는 공사를 끝내고도 입주 기업을 한 곳도 못 찾는 곳이 적잖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최근 아파트는 전매도 안 되고 대출도 안 나오니 대체 상품으로 지식산업센터가 뜨는 것 같다”면서도 “경기에 변동이 생기면 입지가 안 좋은 지식산업센터부터 가격이 내려갈 위험이 있는 만큼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