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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이데일리 윤종성 김상윤 기자] 26일 정부가 발표한 ’소비촉진 방안’은 개별소비세(개소세) 인하부터 전국 단위의 할인행사, 골프장 이용료 할인에 이르기까지 정부가 꺼낼수 있는 모든 카드가 총망라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족한 세수로 재정이 허덕이는 상황에서 개소세 인하 카드를 꺼내든 것만 봐도 소비침체에 대한 정부의 고민이 그대로 드러난다.
저물가와 소비 침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중국의 성장 둔화, 미국의 금리 인상, 대북리스크, 신흥국 경제불안 등 각종 대외 악재들마저 터져나오자, 여기서 머뭇거리다가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처럼 소비 부진으로 촉발된 저성장이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컸던 것으로 보인다. 서둘러 소비 심리를 회복해 내수 부양의 불씨를 지핀다면 성장률을 높이고 세입도 확충하는 등 경제가 선순환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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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 닫힌 지갑..돈을 안 쓴다
지금의 소비심리 위축은 ‘위험 수준’에 도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통계청이 최근 내놓은 ‘가계동향’ 자료를 보면 올 2분기 평균 소비성향은 71.6%에 그쳐, 지난 2003년 전국 단위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2분기 기준 최악을 기록했다. 전체 분기를 다 살펴봐도 역대 최저였던 지난해 4분기(71.5%)보다 고작 0.1%포인트 높은, 바닥에서 두 번째로 낮은 수치다.
특히 6월을 전후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사태 영향이 컸다. 감염이 두려워 외식·여행 등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사람들이 돈을 쓰지 않게 된 것이다. 메르스가 기승을 부렸던 지난 6월 소매판매(소비)는 한달 전보다 무려 3.7%나 감소했다. 하락 폭은 지난 2011년 2월(-5.8%) 이후 52개월 만에 가장 컸던 것이다. 6월 기준으로는 2008년(-3.8%) 이후 7년 만에 최대 감소폭이다.
문제는 위축된 소비심리가 서비스업 등 다른 산업으로 악영향이 전이되고 있다는 점이다. 6월 들어 숙박·음식점과 도소매, 예술·스포츠·여가 등은 모조리 마이너스 성장했다.
◇3년 만에 다시 ‘車 개소세 인하’
정부가 이날 발표한 방안은 크게 △개소세 부담 완화 △대규모 세일행사 △관광·여가 활성화 △주택연금 활성화 등으로 골격을 이루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자동차의 개소세를 30% 내린 것이 눈에 띈다. 전체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고용규모가 큰 자동차산업에게 소비 회복의 첨병 역할을 맡긴 것이다.
정부가 탄력세율 적용으로 자동차의 개소세를 인하한 것은 2001년과 2004년, 2008년, 2012년에 이어 이번이 5번째다. 가장 최근이었던 2012년의 경우 개소세를 인하한 넉달 동안 월평균 11만8000대가 팔리면서 평균치대비 14.4% 늘어나는 효과를 봤었다. 특히 2008년에는 개소세 인하 뿐아니라 자동차 구입시 취·등록세까지 감면해주면서 월평균 판매량이 35.6% 늘어나기도 했다.
현대차(005380)와 기아차(000270), GM대우, 쌍용차, 르노삼성 등은 개소세 인하를 계기로 그간의 판매량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추가 할인, 프로모션 등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정은보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차업계와 협의 중이다”고 언급했다.
◇“단기 처방만으로는 내수 진작 힘들어”
하지만 가계소득이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단기적인 처방만으로는 내수가 살아나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이미 세제개편안에서 많이 담겨있던 부분이라 내수 진작보다는 제도 합리화 차원으로 읽힌다”면서도 “다만 정부가 내수를 키우겠다는 정책적 의지를 보여준 만큼 경제 주체에게는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개별소비세를 없애거나 낮추면서 구매를 늦췄던 수요를 끌어올리는 효과는 분명히 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실제 소비자의 소득 등 구매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대책도 함께 담겨야 정책 효과가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정 차관보는 “내수 활성화를 위해 가계소득이 늘어날 수 있도록 여러가지 제도적 보완을 추진하고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