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1~3월) 반짝하고 살아나던 주택시장이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전세에서 매매로 갈아타던 수요는 눈에 띄게 줄었다. 거래가 줄면서 집값도 빠지고 있다. 주택시장 4대 지표인 집값·거래량·미분양 물량·청약 경쟁 결과가 1분기 대폭 개선되면서 기대감을 키웠지만 정작 현장에선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는 셈이다. 당장 다음달부터 시작되는 정부의 전·월세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도 시장에 상당한 파장을 몰고 올 전망이다. 시장에 영향을 미칠 변수가 적지 않다는 얘기다.
◇ 1분기 주택시장 성적표 好好
정부는 잇따른 부동산시장 활성화 대책 발표로 매매시장이 살아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정부 정책 연구기관인 국토연구원도 지난 7일 보도자료를 내고 전국 매매시장이 회복 국면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주택시장 지표가 일제히 개선됐다는 게 근거다.
비수기인 1~2월에도 주택 거래는 활발했다. 이 기간 전국에서 거래된 주택 수는 총 13만764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만4358건)보다 85% 증가했다. 전국의 미분양 주택 수도 지난 2월 말 기준 5만8576가구로, 2006년 5월(5만 8505가구) 이후 7년 8개월 만에 5만가구 대로 진입했다.
분양시장도 때아닌 호황을 맞았다. 닥터아파트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1분기에 1순위 청약통장을 사용한 청약자는 총 10만7759명으로 지난해 1분기(2만9796명)에 비해 3.6배 늘었다. 전국 53개 단지에서 선보인 250개 타입 중 1순위 마감한 아파트는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114곳(45%)이었다.
박천규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장은 “3월 들어 전세 소비심리가 크게 하락하면서 전세 수요가 매매로 갈아탈 가능성이 더 커졌다”며 “매매시장은 회복 국면에 진입한 만큼 올해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규제 완화 약발도 안먹혀
그러나 기존 주택시장이 체감하는 시장 분위기는 상당히 암울하다. 정부의 규제 완화 방침도 약발이 들지 않는 모양새다. 지난 3월 말부터 매수세도 거의 끊겼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하이엘미래공인 관계자는 “정부가 임대차시장 보완 조치를 발표한 3월 초 이후 주택 매매거래가 뚝 끊겼다”고 전했다.
연초 재건축 아파트 매매시장이 꿈틀대면서 집값 상승을 이끌었던 서울 강남지역도 매수 문의가 사라졌다. 지난달 말 이후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가격도 하락세다.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 42㎡형 매매 호가는 6억9000만원 선으로 한달 새 3000만원가량 빠졌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도 지난달 초에 비해 최고 5000만원 정도 하락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4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값은 0.01% 내려 2주 연속 하락했다. 재건축 단지가 0.12% 하락해 전체 집값을 끌어내렸다.
시장에서는 임대소득세 과세가 이뤄지는 5월 들어 집값이 한차례 더 조정을 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세청은 종합소득세 신고기간인 5월에 과세 대상 집주인에게 신고 안내서를 보낼 예정이다. 올해 과세 대상자는 대략 31만명으로 추정된다. 과세 대상자가 지난해에 비해 급격히 늘어나지는 않는다. 다만 정부가 확정일자 자료를 분석해 과세 대상자를 가려내기 때문에 이전처럼 세금을 회피할 수 없다는 점이 이전과 다르다. 잠실동 G공인 관계자는 “일단 시장 움직임을 지켜보려는 관망 심리가 짙어지고 있다”며 “당분간 거래 공백은 불가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에 따른 국내 금리 인상 가능성도 변수로 꼽힌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실물 경기가 제자리 걸음인 상황에서 정부의 규제 완화만으로 매매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그동안 저금리 기조를 이어온 정부가 올해 하반기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주택시장이 상승 흐름을 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