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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 3인방` 사면초가..日주주, 동반퇴진 결의

원정희 기자I 2010.10.14 18:37:31

日관서지역 주주 "3인방 즉각 퇴진..새경영진 선임" 결의
라회장, 검찰·당국 이은 주주압박에 최대위기..거취논의 급물살

[오사카(일본)=이데일리 원정희 기자] 라응찬 신상훈 이백순 등 `신한금융 3인방`이 사면초가에 몰렸다. 신한금융(055550)의 창업자이자 최대 주주집단인 재일교포 주주들이 `신한사태`의 책임을 물어 동반퇴진을 공식적으로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특히 신한은행 창업 이후 재일교포 주주들의 높은 신뢰를 받아왔던 라응찬 회장의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전망된다. 실명제법 위반 혐의로 인한 검찰 조사와 금융감독당국으로부터의 중징계 통보에 이어 주주들의 퇴진압박까지 가세하면서 라 회장의 신한금융내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 밖에 없게 됐다. 게다가 재일교포 사외이사 4명이 이번 결의에 동조함에 따라 향후 이사회에서 라 회장 거취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 日 주주 및 사외이사, `빅3 퇴진` 공식 요구.."새 경영진 뽑아야"

신한금융의 퍼스트구락부 관서지역 주주(오사카 중심) 130여명은 14일 오후 2시 일본 오사카 뉴오타니호텔에서 모임을 갖고 이들 3인방의 동반퇴진을 요구하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와함께 이들 세명을 제외하고 9명으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새로운 경영진을 시급히 선임해 경영체제를 확립하도록 촉구했다.

이날 결의문은 회의 시작 후 한 시간 반만에 만장일치로 채택됐다. 한 원로 주주가 이번 결의문은 관서지역 주주들을 중심으로 한 것인 만큼 도쿄쪽 주주들도 함께 동참했으면 한다는 언급이 있었을 뿐 별다른 이의제기는 나오지 않았다.

주주들은 결의문에서 "신한금융은 최고경영자의 잘못된 행위로 창업인이 쌓아올린 업적과 신용을 일순간에 무너뜨렸다"며 "신한금융 이사회가 이 위기사태를 극복하고 경영의 안정화와 잃어버린 신뢰회복을 위해 신속히 사태를 수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의문 채택 전에 한 주주는 "요즘 한국 블로그를 매일 들어가는데 좋은 얘기는 하나도 없다"며 "오사카 주주 중심으로 일치단결해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 적절한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날 참석한 김휘묵, 히라카와 요지, 김요구, 정행남 사외이사는 회의 직후 기자와 만나 개별 입장을 밝히기를 꺼려했지만 "이같은 의견을 다음달 4일 열리는 신한금융 이사회에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일교포 사외이사는 "우리(사외이사)가 이렇다 저렇다 얘기할 순 없지만 주주들의 의견이 모아진 만큼 메신저로서 역할을 다 할 것"이라며 "새로운 경영진을 선임해 재출발해야 한다는 의견을 이사회에 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결의문이 만장일치로 채택된 점을 감안하면 이들 신한금융지주 사외이사 4명과 신한은행 사외이사 1명은 이같은 재일교포 주주들과 의견을 같이 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첫째줄 왼쪽부터 김휘묵, 김요구, 히라카와 요지, 정행남 신하금융 사외이사


◇ 라응찬 회장 해임논의 급물살 탈 듯..`최대위기`

이날 회의는 지난달 9일 나고야에서 열린 재일교포 모임인 간친회(약 20여명 참석)와는 그 의미와 파장이 전혀 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신한금융에서 재일교포 주주들이 차지하는 위상을 감안할 때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게다가 `퍼스트구락부 관서지역 주주`들은 신한금융의 뿌리라고 일각에서는 얘기하고 있다.
 
다만 도쿄쪽 주주들의 참여가 저조하고, 관서지역 중심으로 결의문이 채택된 점에 비춰볼 때 재일교포 주주 전체의 통일된 의견인지 여부는 현재로선 명확치 않다.

그러나 나고야 회의땐 재일교포 주주들이 이사회에 모든 결정을 위임하기로 하면서 주주들이 외부에 공식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은 것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이번 모임에선 주주들이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주주권 행사`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신한금융측은 주주 가족들을 포함해 약 50명 정도가 참석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그러한 전망과는 달리 130명의 주주들이 참석하면서 회의장을 가득 메웠다.

신한금융 그룹사 한 직원은 "지금까지 주주들은 항상 신한금융이 주최가 돼 모임을 개최하면 수동적으로 참여하는 형태였지만 이번엔 주주들이 자발적으로 이런 모임을 열어  한 목소리를 낸 것인 만큼 신한금융은 물론이고 라 회장의 향후 거취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일교포 주주들의 이날 결의에 따라 향후 신한금융 이사회에서 3인방의 동반퇴진 등 거취에 대한 논의도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논의될 것으로 예상됐던 임시주총 소집 요구에 대해선 이날 언급되지 않았지만 이사회 논의 진행 상황에 따라 재일교포 주주들의 임시주총 소집 요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회의에 참석한 한 주주는 "결의문 채택에도 불구하고 라 회장이 내년 3월 정기주총까지 계속 한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언급하기도 했지만 이날 참석한 한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았고, 검찰 수사도 진행되는 상황에서 주주들한테까지 이같은 요구를 받게 되면 (라 회장이) 버티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 측은 재일교포 주주들의 결의문 채택과 관련, "공식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모임에 참석한 주주들과 사외이사들이 모두 결의문 채택에 찬성했는지 의문"이라며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한편 재일교포 주주들은 라 회장과 함께 금융실명제법 위반 혐의로 금융당국의 징계대상이 된 신한은행 직원 42명에 대해 금감원에 선처를 요구하는 진정서도 제출하기로 했다. 정환기 간친회장은 "직원들은 위에서 (라응찬 회장이) 시켜서 한 것인 만큼 선처를 해 줬으면 한다"며 예정에 없이 이같은 의견을 제시했고, 박수로 결의가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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