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서방이 러시아의 에너지 사업에 제재를 가한다고 해도 이미 새로운 공급자를 찾아 가스 송출 경로를 변경해 놓았다고 밝혔다.
실루아노프 장관은 에너지 공급에 대한 경로를 어떻게 바꿨는지는 얘기하지 않았다. 로이터는 이에 대해 “러시아가 아시아 시장을 통해 유럽으로 가스를 보내는 경로는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전문가들은 여전히 러시아의 유럽에 대한 석유 수출의 절반(일일 기준 200백만 배럴) 정도는 바다를 통해 유입되고 있다는 점을 짚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러시아가 여전한 유연성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러시아는 또한 중국향 석유, 천연가스 수출을 늘리며 서방의 제재에 대비하고 있다. 이달 초 러시아는 중국에 향후 10년간 매년 100억㎥의 천연가스를 추가로 공급한단 계약을 체결했다. 러시아는 작년 베이징에 100억㎥의 천연가스를 공급했다. 100억㎥란 규모는 러시아가 현재 유럽에 보내는 천연가스 수출량의 5%에 해당한다.
최근 러시아의 대형 석유 기업인 로즈네프트는 중국에 하루 20만배럴씩의 석유를 공급하기로 했다. 러시아 입장에서 중국은 5번째 주요 석유 수출 국가다. 중국은 러시아로부터 하루 150만배럴의 석유를 받아 쓰고 있다.
◇ 제재 시 에너지 가격 더 올라
실루아노프 장관은 또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이 제한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석유 가격 등이 상승해 피해가 덜할 거란 자신감을 드러냈다. 석유를 덜 팔아도 가격이 오른 만큼 총 매출엔 영향이 미미할 거란 얘기다. 그는 “우리의 에너지 수출을 막히면, 에너지 가격은 오를 것”이라며 “이러한 가격 상승이 피해를 상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등 서방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러시아의 대형은행과 경제, 에너지 분야 전반을 포함하는 경제적 제재를 가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이에 대해 러시아 정부가 공식적으로 신경 쓰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한 셈이다.
러시아의 에너지 공급이 중단되면 유럽도 피해를 입는다.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무디스에 따르면 유럽에서 사용되는 러시아 에너지 자원의 비중은 석탄의 경우 46%이고 석유는 26%, 지역 가스는 36%다.
◇ 7~8년 만 호황 맞은 미국 석유 기업, 생산량 늘리는 중
|
석유 가격 상승과 별개로, 러시아 리스크를 피하려는 유럽 측의 수요와 맞물려 미국의 가스 수출량도 늘어나고 있다. CNBC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의 액화천연가스(LNG)를 실은 선박은 애초 목적지인 아시아와 남미에서 방향을 틀어 유럽에 도착했다. 정보제공 업체 IHS에 따르면 유럽의 LNG 수입량은 전년 동기 대비 80% 증가했다.
이는 유럽이 육로를 통해 러시아로부터 바로 천연가스를 공급받는 양보다, 미국 등으로부터 바닷길을 통해 받는 LNG가 더 늘어났다는 것으로 IHS는 해석했다. 실제 유럽에서 지난 1월 77억3000만㎥ 규모의 LNG를 선박을 통해 받았으며, 이는 같은 기간 러시아 파이프라인을 통한 양인 75억㎥를 넘겼다고 전했다.
그간 탄소배출량 절감 등의 정부 목표 등을 이유로, 석유 생산량 확대에 주저했던 미국의 석유기업들도 움직이고 있다. 석유기업 베이커 휴지스에 따르면 미국에선 새로운 유정 개발을 위한 시추기는 총 516개로 지난주 대비 19개 늘었다. 이는 최근 4년간 가장 많은 수준이다. 엑손 모빌은 텍사스 지역의 원유 생산량을 전년 대비 25% 늘린다고 밝혔으며, 셰브론도 전체 생산량을 10% 확대한다고 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