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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주세법 개편안 발표 시기가 다소 지연되고 있다”며 “주종 간 또는 동일 주종 내에서 업계 간에 종량세 전환에 이견이 일부 있어서 이견 조율 및 실무 검토에 추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개편안 발표 시점에 대해 “최대한 빨리 조율해 발표하려고 하는데 구체적 일정은 단언해서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답했다. 그는 ‘개편안 발표를 취소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지금 현 단계에서는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당초 예고했던 4월 말 또는 5월 초 발표를 연기하기로 한 것이다.
앞서 기재부는 작년부터 현행 종가세 방식을 종량세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현재는 ‘세금 부과 기준이 되는 가격(과세표준)’이 달라 국산보다 외국산 맥주의 가격이 저렴하게 책정된다.
이 때문에 국내 맥주업계에서는 “국산 맥주에 세금이 더 붙어 가격 경쟁력에 뒤처지고 있다”며 출고량 기준인 종량세로의 개편 요청했다. 종량세는 과세 대상의 무게나 부피, 농도, 개수 등의 기준으로 세율을 책정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종량세로 개편하면 일부 소주나 생맥주 가격이 오를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소주 업계를 중심으로 주류 업계 간 갈등과 이견도 불거졌다. 이에 정부는 이번에 맥주만 개편한 뒤 단계적으로 주세법을 바꾸는 방안도 고심 중이다. 조세재정연구원의 관련 용역보고서 마감일(5월17일) 이후 구체적인 입장이 나올 전망이다.
김 실장은 “맥주 업계는 대체적으로 종량세 개편에 찬성하는데 맥주 업계 내에서도 일부 업체에선 일부 이견이 있다”며 “소주, 약주, 청주, 증류주, 과실주 쪽에는 제조, 유통, 판매 구조의 급격한 변화가 오기 때문에, 종량세 개편에 따른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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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에 앞서 맥주 등도 가격인상을 단행했다. 국내 맥주 1위 브랜드인 오비맥주는 지난달 4일부터 ‘카스’ 등의 가격을 평균 5.3% 인상했다. 오비맥주의 가격인상은 2년 5개월 만이다.
김 실장은 “선도업체에서 맥주, 소주 가격 인상해 언론에 ‘소맥 1만원 시대’라는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는 것도 사실”이라며 “조만간 다른 업체도 가격 인상을 검토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주세 개편으로 인해 인상한다는 국민적 오해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주세 개편으로 맥주·소주 가격이 변동하지 않는 원칙이 유효하나’는 질문에 “기본적으로 유효하다”며 “그 원칙을 견지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단계적 추진 방안도 검토 중”이라며 “주세 개편이 꼬이는 상황은 아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