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스트리트저널은 이같은 현장 소식을 전하면서 캐나다가 다른 서방 국가들에게 시범 사례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대규모 마리화나 산업이 안전하게 규제·관리될 수 있는지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뉴욕타임스도 “사회, 문화, 경제 구조를 바꾸는 중대한 국가적 실험의 시작”이라고 평가했다.
캐나다는 우루과이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기호용 마리화나 복용을 합법화했다. 특히 주요7개국(G7) 국가들, 이른바 선진국들 중엔 첫 사례다. 캐나다 보건당국은 이날 “66개 업체가 양질의 제품을 공급할 것”이라며 “소비자들이 합법 시장으로 옮겨갈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캐나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4분기 마리화나에 대한 소비 지출이 13억4000만 캐나다달러(1조1646억원), 연간으로는 63억 캐나다달러(5조48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마리화나 복용자는 70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20%를 차지할 것으로 추산됐다.
앞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지난 2015년 총선 유세에서 “마리화나 합법화가 청소년의 접근성을 떨어뜨리고 관련 범죄 조직을 없애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주장한바 있다. 트뤼도 정부는 출범 이후 2년 간 치열한 논쟁 끝에 국가 차원의 마리화나 합법화라는 결단을 내렸다.
마리화나 매출의 90%를 차지하는 미국과 인접한 만큼 캐나다의 마리화나 합법화는 곳곳에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조기 합법화를 시행한 만큼 세계 마리화나 관련 산업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마리화나 시장 규모는 연간 34.6%씩 성장해 오는 2025년 1464억달러(166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캐나다 온타리오주(州) 오크빌에서 라이선스를 취득해 마리화나를 생산하고 있는 뉴스트라이크브랜즈의 제이 윌가 최고경영자(CEO)는 “지금은 마리화나 합법화를 시작한 초기 국가지만, 이같은 상황이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다. 정책적 이점을 활용해 세계를 주도할 수 있는 위치에 오르는 일은 우리에게 달려 있다”고 말했다.
|
인수·합병(M&A) 시장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코로나 맥주로 유명한 미국의 주류업체 콘스텔레이션브랜즈는 지난해 캐나다에서 가장 큰 합법 마리화나 생산업체인 캐노피그로우스의 지분 10%를 인수했다. 이후 42억달러를 추가 투자해 지분을 39%까지 끌어올렸다. 마리화나 음료를 공동개발하겠다는 게 이 회사의 계획이다. 콘스텔레이션브랜즈는 올해 8월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마리화나 제조·판매 업체 스미스폴즈에도 40억달러를 투자했다.
또다른 미국의 주류업체 몰슨쿠어즈브루잉도 캐나다 퀘백의 마리화나 업체 헥소와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해 시장 공략에 나설 방침이다. 코카콜라도 지난달 대마초 생산업체인 오로라와 손잡고 마리화나 음료 개발에 나섰다.
기술정보(IT) 초기 기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VC) 자금도 마리화나 기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CB인사이트는 지난해 기준 대마 기업이 총 191건의 펀딩에서 5억9300만달러를 조달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7월 대마 생산 스타트업 플로우 카나는 2200만달러 자금을 조달했다. 페이스북 초기 투자자로 잘 알려진 로저 맥나미도 투자에 참여했다. 이외에도 다양한 연기금이나 유한책임투자자(LP) 등이 투자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캐나다 마리화나 합법화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미국의 대응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캘리포니아 등 9개 주에서도 마리화나를 합법화했지만 나라 전체로는 복용·판매·유통·소지 모두 불법이다. 아울러 제프 세션스 미국 법무장관은 마리화나 비판론자로 유명하다. 미국 세관 당국은 캐나다산 마리화나 반입 금지 입장을 되풀이했다.
일각에선 마리화나를 합법화하더라도 소매 판매 규정 및 공급 부족 등으로 암시장이 사라지긴 힘들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마리화나 매장 앞 긴 줄을 목격한 시민 로잔느 켈로웨이는 “블랙 프라이데이에 휴대폰을 사려는 사람들을 연상케 했다”면서 “마리화나 합법화는 어리석인 일이다. 정부가 (내년 총선에서) 유권자들의 표를 사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