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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국민·신한·KEB하나·우리·기업 등 주요 시중은행은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전 종류를 담보로 하는 대출 상품을 출시하지 않기로 했다.
애초 상품 개발을 두고 시장조사 등을 진행해왔지만 정부의 규제안이 임박한데다 담보가치를 인정할 수 없는 가상화폐의 현실적인 한계 때문이다.
A은행 여신담당 임원은 “주식은 하락 제한선이라도 있지만 가상화폐는 끝없이 떨어질 수 있다”며 “가치변동성을 걷잡을 수 없는 가상화폐는 담보로서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가상화폐의 가치를 매기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대출은 담보물에 매긴 가치를 바탕으로 이뤄지는데 시장 가격이 초 단위로 널뛰는 가상화폐를 적정 시점에 적정 가격으로 평가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은행에서 담보물을 관리할 수 없는 점도 관련상품 개발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예컨대 은행이 아파트 담보대출을 내주고 그 아파트에 근저당권을 설정할 수 있지만 가상화폐는 그럴만한 실체가 없다는 것이다.
B은행 부행장은 “은행은 다른 은행에 있는 고객 예금도 담보로 받아 권리를 확보할 수 있다”며 “그럼에도 가상화폐는 그 권리를 확보할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가상화폐를 담보로 설정한다 해도 국경을 넘나들며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금융실명제 등을 시행하지 않는 국가나 정부 차원에서 거래를 막는 곳이라면 실 소유자 확인이 어렵다. 여기에 외교적 문제로 비화할 수있는 위험성도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C은행 부행장은 “거래 상당수가 이뤄지는 일본은 금융실명제가 정착하지 않은 곳이라 자산 실소유자를 확인하기 어렵다”며 “자금 회수를 위협하는 외교 리스크 등이 불거지면 은행이 감당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D은행 부행장은 “주식 담보대출은 지금 보편화했지만 주식거래 초창기에는 담보로서 가치를 인정하지 않았는데 실체가 모호했기 때문”이라며 “손에 쥘 수가 없는 가상화폐를 담보로 인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은행이 비제도권에 있는 가상화폐를 다루는 게 불가능하다는 시각이다. C 은행 부행장은 “고객이 맡긴 돈을 잃지 않으려면 보수적이어야 하는 은행이 위험한 거래에 손을 댈 수 없다”며 “적어도 금융당국이 가상화폐를 제도권으로 흡수하지 않으면 담보대출을 검토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더 보수적인 접근도 있다. 앞서 A 은행 임원은 “가상화폐를 파생상품 가운데 하나라고 치더라도, 기초 자산이 아예 없어 흔들면 흔들리는 구조로 돼 있다”며 “설령 범용통화로 인정받는다고 하더라도 거기에 대출을 해줄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