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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성장·고용 고려한 통화정책 재정립 강조(종합)

최정희 기자I 2014.04.01 15:15:58

시장에선 "비둘기 발언으로 해석"..`성장·물가 균형`
`김중수 지우기` 시작..대대적 인사·조직개편 예고

[이데일리 최정희 방성훈 기자] 만우절인 4월 1일. 이주열 신임 한국은행 총재가 ‘거짓말’처럼 친정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25번째 한은 총재로 말이다. 300여석을 꽉 채운 좌석, 수 십 개의 카메라 셔터,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 이 총재의 첫 시작을 알렸다.

한은 일부에선 2년 전과 달라진 그의 모습에 다소 놀라는 눈치다. 평소 신중한 성격으로 알려진 것에 비해 취임사는 과감했기 때문이다. 그는 취임사에서 경제성장까지 고려한 통화정책의 재정립과 대대적인 인사·조직개편을 예고했다. 그는 “지난 2년간 한은을 보다 객관적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며 “우리가 당연시 해왔던 사고체계나 업무처리 방식이 적절한 것인지 되돌아 봤으면 한다”고 밝혔다. 한은 관계자는 “2년 전과는 다른 분이더라”며 “예전처럼 생각하고 모셨다간 큰일 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 “성장까지 고려해야”..선언적 발언?, 수단은

그는 경제성장, 고용안정까지 고려한 통화정책 재정립을 강조했다. 그는 “현행 통화정책 운영체계가 물가안정 뿐 아니라 금융안정과 성장 또한 조화롭게 추구하라는 국민의 시대적 요구를 담아낼 수 있을지 깊이 연구해야 한다”며 “정책목표와 수단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진지한 검토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장기간 저금리 체제 하에서도 저물가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성장과 고용안정에도 통화정책의 역할이 필요하단 사회적 요구를 진지하게 받아들일 때란 얘기다. 다만 그는 ‘다층적이고 때론 상충되는 요구’란 표현으로 정책조화의 어려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대다수는 이 총재의 발언을 성장과 물가안정의 조화를 이루겠다는 선언적 의미로 해석했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물가가 낮기 때문에 실물 경제를 고려하겠다는 선언적 의미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원은 “전반적으로 성장과 물가안정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보여줬다”며 “매파가 아니냐는 걱정이 있었는데 그런 부분이 일부 해소됐다”고 말했다. 성장을 고려하겠다는 발언이 비둘기파적으로 해석됐기 때문.

정책 방향성은 맞지만 수단에 대해선 좀 더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함정호 인천대 교수는 “통화정책만으론 어렵고 신용정책, 지준부리(지급준비금에 대한 이자) 등 다양한 정책 수단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석헌 숭실대 교수는 “한은의 역할 중 하나는 거시건전성 감독인데, 그런 차원에서 성장이나 고용, 금융안정을 확대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또 기획재정부, 금융감독당국과 함께 하는 금융안정협력체 설립도 필요하단 지적이다.

◇ 인사 물갈이 확대되나..“곧바로 착수”

대대적인 인사태풍과 조직개편도 관심이다. 그는 “현행 경영관리 시스템이나 업무수행 방식의 효율성을 전면 재점검하겠다”며 “개혁의 도입취지와 달리 업무능력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이 있다면 조속히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취임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인사·조직개편 시기를 묻는 질문에 “곧바로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한은 직원들은 그의 이러한 발언이 과감하다고 평가하며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신중한 성격을 고려할 때 이미 머릿속에 구상작업이 끝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한 번 결심하면 강한 추진력을 보이는 그의 면모가 잘 드러난 부분이란 평가도 있다.

국장급 인사가 실시된 지 2년여가 지났기 때문에 그가 바꾸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여건이 갖춰졌단 평가다. 인사폭이 커질 수 있는 대목이다. 한은 관계자는 “김 전 총재가 2012년에 국장급 인사를 했고, 2년 여가 지났다”며 “국장급을 물갈이 한다고 생각하면 싹 가를 수 있는 여건이 된다”고 말했다. 김 전 총재 시절 인사폐해를 그냥 두고 갈 수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또 다른 한은 관계자는 “줄만 잘 서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연공서열을 파괴하는 파격인사는 없을 것임을 공언했다. 그는 “오랜 기간 쌓아 온 실적과 평판이 가장 중요한 평가기준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조직개편도 관심이다. 그는 통화정책이라는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한은을 강조했다. 조직개편 1순위로 금융시장부와 커뮤니케이션국이 떠오른다. 공개시장조작 등을 수행하는 금융시장부를 국으로 격상하고, 커뮤니케이션국을 부로 격하시키는 방안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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