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론적이고 당연한 언급이긴 하지만 방향과 타이밍이 다소 어색하다는 점 때문이다. 해석에 따라서는 우리금융 민영화 일정을 뒤로 미루거나 적어도 더 강화된 조건을 달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금융당국 안팎에서는 김 위원장의 이날 발언에 대해 우리금융(053000) 민영화의 3대 원칙 가운데 금융산업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조건을 다시 끌어올려 언급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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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조기 민영화라는 조건을 맞추기에도 급급한 현재 상황을 감안할 때 ▲국내 금융산업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사실상 후순위로 밀려있던 제3의 조건까지 끄집어 내어 강조한 것은 우리금융 민영화 작업에 어떤 식으로든 걸림돌이나 브레이크로 작용할 여지가 커 보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서 매각이 표류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한테나 팔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격"이라면서 "틀린 말은 아니지만 왜 지금 그런 이야기를 하는 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 발언에 대해 우리금융 민영화 일정을 다소 뒤로 미루기 위한 명분쌓기 이거나 민영화의 3대 원칙을 모두 만족하지 못하는 조기 민영화는 별 의미가 없다는 김 위원장의 소신이 반영된 발언으로 해석하고 있다.
오히려 일정을 다소 뒤로 미루는 것이 깔끔한 매각을 위해 더 나은 솔루션이라는 의견도 금융당국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그동안 우리금융 민영화를 추진해온 실무라인인 금융위원장, 공자위 사무국장, 청와대 경제수석이 모두 바뀌는 상황이어서 아예 새로운 안이 도출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위 관계자는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로 4개 시중은행들(KB 하나 신한 우리)의 덩치가 비슷해진 형국이어서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영업 경쟁을 벌이게 될 것"이라면서 "그런 경쟁 상황을 경험하면 일부 은행들은 규모의 경제를 구현하기 위해 인수 합병을 통한 몸집 불리기 시도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직접 표현하진 않았지만 다소 시간이 주어지면 KB나 신한지주 역시 우리금융지주 인수 후보로 떠오를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담긴 언급이라는 풀이다.
또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도 "아마 인수후보자를 찾는 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는 위원장의 낙관적인 기대감을 바탕으로 한 언급이 아니겠느냐"며 현재 표류하고 있는 민영화 구도와는 다소 동떨어진 가정과 연결시켰다.
이처럼 우리금융 민영화 업무와 관련된 금융당국 관계자들은 대부분 시선을 기존 보다 멀리 내다보고 있는 분위기다. 김석동 위원장의 우리금융 관련 발언을 `조속한 매각`에서 `신중한 매각`으로 모드를 전환하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해석되는 것도 이런 분위기와 결합된 추측이기도 하다.
최중경 청와대 경제수석의 지경부 장관 선임으로 차기 경제수석 자리가 채워지기를 기다려야 한다는 점도 우리금융 민영화 일정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조속한 시일 내에 우리금융 민영화가 마무리되도록 하겠다`던 민상기 공자위원장의 지난달 발언은 이래저래 브레이크가 걸리는 양상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우리금융 민영화 문제는 청와대와 협의를 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라며 "김석동 위원장의 생각도 중요하지만 다음번 청와대 경제수석이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지도 중요한 문제여서 아직 뭐라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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