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요청으로 금융당국이 대출 연체자 200만 여명에 대한 신용사면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 업계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미 지난달 12일 금융권이 대통령의 요청으로 ‘대출액 2000만원 미만 연체자들이 연말까지 원금을 상환시 연체 기록을 삭제’ 해주기로 한 상황에서 정부가 추가 주문을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이달 말 종료되는 코로나19 금융지원 프로그램 세 번째 연장이 유력시 되면서, 금융업계는 “정부가 내년 선거를 앞두고 신용사면, 대출연장 등 여론을 만들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일 고승범 신임 금융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자리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연체자 200여만 명이 빠짐없이 혜택받을 수 있도록 신용사면을 철저히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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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연이은 지시에 금융당국은 신용 사면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용정보원은 이달 2일 신용정보집중관리위원회를 열고 200만 여명의 연체자 이력정보를 금융사간 공유하지 못하게 제한하는 의사결정 의결절차를 밟았다. 신용정보원 관계자는 “지난 8월 금융업계와의 (연체금 상환시 기록 삭제) 자율규제 협약을 근거로 정보활용 공유를 제힌하는 근거를 마련했다”면서 “10월 12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12일 전 금융업권 협회와 중앙회, 한국신용정보원, 신용정보사 등 20개 기관은 코로나 피해계층의 신용회복 지원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대상자는 지난해 1월 1일부터 지난 8월 31일까지 2000만원 이하를 연체한 뒤 올해 12월 31일까지 전액 상환한 개인과 개인사업자다. 금융권은 이들에 대해 대상 연체이력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신용평가사의 신용평가에도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앞서 문 대통령이 지난 7월 20일 참모회의에서 “코로나로 인한 채무 연체자의 신용회복 지원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였다.
신용정보원은 개인 대출자를 기준으로 약 230만명의 장·단기 연체 이력정보 공유·활용이 제한될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따라 200만명의 신용점수(나이스기준)가 평균 34점 상승할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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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금융권 일각에서는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성실하게 빚을 갚아온 이들과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힘든 상황에서도 빚을 성실하게 갚은 이들의 반발이 있을 수 있다”면서 “재난지원금 소득 하위 88% 기준 이슈에서도 나타났듯이 형평성 문제는 제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스크 관리에서도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은행 관계자는 “연체가 발생한 저신용자와 고위험군 DB(데이터베이스)를 삭제하고 카드 발급과 현금 서비스 등을 해주라는 것인데, 이는 금융권이 리스크를 떠안는 구조”라며 “은행들 부실비율이 올라가게 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금융사들이 왜 신용평가 위험 모델을 두었겠느냐”면서 “이 모델을 무력화하면 또 다른 부실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달 종료 예정인 코로나19 대출의 연장 가능성도 커지면서 업계 불만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렇게 코로나19 대출을 미루다가 나중에 이자를 탕감하라고 나올 지도 모른다”면서 “이 경우 다른 사람들의 대출 이자에 부담이 스며들어 모두가 부실해지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밀린 이자만이라도 갚게 해 상환능력이 어느 수준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