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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국내에 구글, 아마존 같은 거대 플랫폼 기업이 나오지 않는 건 정부 규제 탓이죠. 이대로 가다간 소위 `CPM(컨텐츠·개인정보·자본)` 모두가 해외로 빠져 나가고 말 겁니다. 이제라도 시장에 주도권을 줘야만 혁신성장이 가능할 겁니다.”
최근 블록체인법학회를 출범시키는 산파 역할을 한데 이어 화제를 불러온 신간 <미래는 규제할 수 없다>를 펴낸 구태언 테크앤로 대표변호사가 10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규제 일변도인 정부 정책에 비판의 날을 세웠다. 스스로를 `테크노 키드(Techno kid)`로 명명한 구 변호사는 검사로 재직할 당시 사이버·기술유출 범죄와 디지털 포렌식 수사를 전담했고 김앤장법률사무소에서도 6년간 IT, 지식재산권, 디지털 포렌식 전문변호사로 일했다. 자신이 직접 설립한 기술법 전문 로펌 테크앤로에서 일하고 있고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에서 정보보호 석사도 취득했다.
구 변호사는 “시민사회 스스로가 규율을 정하고 정부는 필요한 최소한의 영역에만 개입하는 선진국과 달리 우리 정부는 후견인 역할을 자처해 촘촘한 규제로 시민들의 생활을 규제하다보니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거대 플랫폼업체가 탄생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 뒤 “이대로 가면 주요 산업은 해외 플랫폼 공룡들에게 장악 당하고 CPM 모두가 빠져 나가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매출액 기준으로 아마존 같은 기업을 9개만 가지고 있으면 우리 한 해 국내총생산(GDP)을 벌어들일 수 있으며 성장과 고용 둔화, 국민연금 고갈, 최저임금 논란 등을 모두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정권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100만명이 넘는 반정부 시위가 일어났는데도 아무 폭력없이 평화롭게 정권을 교체한 사례는 어느 나라에도 없다”며 “소통을 통해 국민적 합의를 이룰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 있는 만큼 혁신 기업이 활동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주고 정부는 조정자 역할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우버를 내수기업으로 생각한다면 택시 운전사들의 일자리를 뺏는 공유서비스를 규제해야 하지만 글로벌 혁신기업으로 본다면 규제를 풀어 혁신을 도울 수 있다”며 “핀테크나 인터넷 기업 역시 마찬가지로 정부가 글로벌 기업을 키운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얼마전 정부가 발표한 데이터경제 활성화 정책과 관련, 구 변호사는 “인공지능(AI) 스피커나 자율주행차를 선택할 때 모든 소비자들은 가장 뛰어난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피커와 자동차를 고를 것이며 이 때문에 결국 승자독식이 될 것”이라며 뒤늦게라도 활성화 정책에 나온 것을 환영하면서도 “여전히 개인정보보호법 내용 자체가 모호한 만큼 똑똑한 AI가 나올 수 있는 수준의 규제 완화는 아니다”며 좀더 파격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근 블록체인법학회 발기인 겸 창립 준비위원으로 활동하다 부회장직을 맡은 그는 “4차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이 블록체인이라 법적으로 쟁점이 될 만한 부분을 미리 연구해 합의하고 법리를 확립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소개하며 “네거티브 방식의 블록체인기본법 제정을 위해 뛸 것이며 전세계 법률분야 커뮤니티들과도 함께 활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암호화폐산업에 대해서도 “주요 20개국(G20)은 물론 모두가 돈세탁이나 테러자금 악용 등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 어떤 규제를 가할지 얘기하지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국가는 없다”고 비판하면서 “선진국이 하는 만큼만 따라가야지 우리가 서둘러 규제를 만들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금지도, 진흥도 필요없고 단지 세금 이슈 정도만 정리해주면 된다”고 덧붙였다. 구 변호사는 “과거 주택 보급 확대를 위해 주택건설촉진법 하에 시행된 선분양 제도는 아파트를 보지도 않고 모델하우스만 믿고 분양대금을 치르는 사실상 국가 주도 암호화폐공개(ICO)였다”고 꼬집으며 “지금은 후분양으로 넘어가고 있고 시장이 저절로 답을 찾아가고 있는 것인데 ICO에 대해서도 자정능력을 믿고 시장에 맡겨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혁신성장이 성공할 수 있는 비결에 대해서도 “기술 발전은 저해하지 말자는 미국의 `두 노 함(Do-no-harm)` 정책처럼 정부는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 시장에 주도권을 준 뒤 상황을 잘 지켜보면서 나중에 생길 수 있는 부작용만 규제하면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