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엘리엇 공격 예상?…1주일전 사장단회의 뒤늦게 관심

양희동 기자I 2016.10.06 13:55:47

9월 마지막 사장단 회의서 행동주의 펀드 강연
엘리엇은 미리 준비하고 있는 적을 친 꼴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5일(현지시각) 삼성전자에 대한 공격에 나선 가운데 지난달 26일 열렸던 삼성 수요사장단 회의 주제가 행동주의 펀드를 대비하라는 내용으로 진행돼 뒤늦게 관심을 끌고 있다. 작년 12월 1월 사장단 인사 다음날 서울 서초동 서초사옥에서 열렸던 수요사장단 회의를 마치고 건물을 나서고 있는 사장단. 왼쪽부터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 메모리사업부장, 윤용암 삼성증권 대표, 김현석 CE부문 VD사업부장, 윤부근 CE부문장. [이데일리DB]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삼성이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삼성전자(005930) 지배구조 변경 요구를 미리 예견한듯한 주제로 얼마전 수요사장단회의 강의를 진행했던 사실이 뒤늦게 관심을 끌고 있다. 이 회의는 매주 수요일 서울 서초동 서초사옥에서 삼성 사장단이 명사를 초청해 강의를 듣는 형식으로 진행돼 왔다.

6일 삼성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수요사장단 회의에서는 정형진 골드만삭스 서울지점 대표가 ‘글로벌 헤지펀드 트렌드’를 주제로 강연을 했다. 삼성 사장단은 이날 엘리엇으로 대표되는 행동주의(activist) 펀드들에 대비한 주주친화정책에 대한 강의를 듣고 주주가치 제고 방안 등을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는 이날 강연에서는 “행동주의 펀드들이 한국·일본 등 아시아에서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며 “분할·합병 등 기업 변화가 있을 때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공격해 고배당을 요구할 수 있다”고 삼성의 대비책 마련을 강조했었다. 이는 현재 엘리엇이 분할·합병 이슈가 있는 삼성전자에 서한을 통해 지배 구조 개편과 총 30조원의 특별배당을 요구한 것과 정확히 일치하는 대목이다. 정 대표는 이들 펀드의 먹잇감이 되지 않도록 자사주 매입 확대 등 주주친화정책을 강화하고 경영권 방어 계획도 미리 마련해야한다는 조언도 덧붙였었다. 이날 강의를 마친 뒤 이상훈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사장)도 “행동주의 펀드를 조심하라는 내용이 주로 다뤄져 유익했다”는 반응을 보인바 있다.

불과 1주일 전 삼성 사장단이 행동주의 펀드에 대한 강연을 듣고 경계심을 높인 상황에서 엘리엇은 언론을 통해 이런 소식을 접하고도 공격을 시작한 셈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엘리엇의 ‘백기사’설 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삼성이 어느정도 미리 상황을 예측했던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단순한 우연의 일치일 뿐 전혀 연관성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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