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유재희 김용갑 기자] 최근 자동차주(株)의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원화 약세와 엔화 강세 기조 등 환율 움직임이 국내 자동차 기업에 우호적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주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자동차 업체의 판매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독일 폭스바겐과 일본 미쓰비시자동차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배기가스·연비 스캔들에 잇따라 휘말리면서 자동차 산업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가 냉각된 것으로 보고 있다.
◇환율 오르는데…자동차株 약세 이어져
23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1128.30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이날 1182.90원을 기록했다. 한 달 만에 55원 가까이 급등(원화 약세)한 셈이다. 그러나 대표적 원화 약세 수혜주인 자동차주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 기간 KRX자동차 업종지수는 1813.39포인트에서 이날 1738.90로 4% 넘게 하락했다. 특히 현대차(005380)는 같은 기간 12% 넘게 내렸다.
전문가들은 국내 자동차 업체의 판매 실적 부진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현대차의 지난달 자동차 판매 실적은 전년대비 5.5% 줄어든 41만2626대를 기록했다. 국내 판매와 해외 판매가 각각 5.7%, 5.5% 감소했다. 기아차도 지난달 국내외에서 24만1387대 판매에 그쳤다. 이는 전년대비 11.4% 감소한 규모다. 내수 판매는 4만8505대로 12.7% 늘었으나 해외 판매가 19만2882대로 15.9% 급감했다. 전재천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내 자동차 업체의 판매 실적이 부진하다”며 “원화 약세로 자동차 업체의 이익이 증가할 순 있지만 판매량이 줄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연비·배기가스 스캔들이 잇따라 터지면서 글로벌 자동차 산업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가 악화된 것도 주가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해 폭스바겐은 디젤자동차의 배출가스를 실제보다 적은 것처럼 조작해 파문을 일으켰으며 그 여진이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또 미쓰비시자동차가 연비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난 데 이어 일본 4위 자동차 업체인 스즈키도 연비 부정 파문에 휩싸였다. 이런 사례가 잇따르면서 글로벌 자동차 산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냉각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용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해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가 터진 뒤 완성차 업계 전반의 신뢰도가 떨어졌다”며 “올해 들어 글로벌 자동차 업체의 주가 상승률이 전년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할 정도로 투자 심리가 악화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 때문에 원화 약세에도 국내 자동차 업체의 주가가 내림세를 보이는 것”이라며 “다른 영업환경이 정상일 때 원화 약세 등 환율환경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은 9거래일 연속 현대차 주식을 내다 팔며 이 기간 보유지분율이 44.1%에서 43.8%로 감소했다.
◇“판매실적 개선 없는 주가 반등 한계”
향후 자동차 업종 주가에 대한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낙관론자들은 주가가 환율 등 긍정적인 대내 환경에 힘입어 반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원화약세와 엔화강세로 환율 환경이 긍정적인 데다 판매실적도 조금씩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자동차 업종의 주가도 차츰 긍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자동차 판매 실적이 당분간 개선되기 힘들다는 전망도 나온다. 따라서 주가 반등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 전재천 연구원은 “미국 시장과 중국 시장에서의 판매 실적이 개선될 조짐이 안 보이는 만큼 자동차주의 주가는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며 “지난 1분기에는 해외 판매 부진을 국내 판매 실적으로 상쇄했는데 내달 말 개별소비세 인하가 종료되기 때문에 국내 판매도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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