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현대중공업이 2조원에 육박하는 대규모 손실을 내면서 조선사의 추가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건설업에 이어 조선업에서도 ‘AA’급 우량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줄하향되면서 AA급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용평가사들은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조선사들에 대한 신용등급 점검에 돌입했다. 한국기업평가는 현대중공업이 3분기에도 대규모 손실을 내자 곧바로 현대중공업을 부정적 검토 대상에 올렸다. 이는 단기간 내 현대중공업의 신용등급을 또다시 하향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기평은 이미 현대중공업이 2분기 1조1037억원의 적자를 기록하자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내렸고, 이어 다른 조선사들의 신용등급도 하향 조정한 바 있다.
현대중공업이 2개 분기 연속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자 신용등급 하향 대신 신용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데 그쳤던 한국신용평가도 조선사 신용등급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한신평은 현대중공업의 3분기 손실 규모가 예상을 초과했다며 조만간 신용등급 조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나머지 조선사의 신용도와 조선업 전반에 대한 산업위험도 발표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채권시장에서는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일부 조선사의 신용등급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한기평이 신용등급 하향에 나설 경우 현대중공업의 신용등급은 ‘AA-’가 된다. 아직 대우조선해양이 실적 발표 전으로, 대우조선해양이 실적을 발표하면 신평사가 조선업 전반에 대한 신용등급 조정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또한 시장에서는 ‘AA’급 우량 기업들에 대한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건설사들이 해외에서 대규모 손실을 잇따라 내면서 ‘AA’급 건설사들의 신용등급이 ‘A’급까지 내려앉은 바 있다. 최근에는 대림산업의 신용등깁이 ‘AA-’에서 ‘A+’로 강등되며 대부분 건설사가 ‘A~BBB’급 기업이 됐다.
이와 함께 정유와 석유화학 등 건설과 조선에 이어 업황이 악화하고 있다고 평가받는 기업들의 자금 조달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미 시장에서는 해당 업종에 속한 기업들의 스프레드(금리 차이)가 확대되고 있다.
황원하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위기 직후까지만 해도 순현금 수준의 매우 양호한 재무구조를 갖췄던 대형 조선사가 이렇게 수조원대 영업손실로 등급이 강등되는 때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며 “국내에서 AA급 종목들을 우량 등급으로 분류하며 상대적으로 등급안정성이 높다고 평가하는 것이 얼마나 안일한 것인지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