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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전 대법원장은 사법개혁 방안 중 하나로 판사들로부터 후보자를 추천받아 법원장을 임명하는 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2019년부터 시행했다. 그러나 법원장이 소속 판사들의 눈치를 보느라 재판 지연 문제 등을 제대로 단속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조 대법원장은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법원장 후보 추천제 개선을 위해 지난 15일 전국법원장회의에서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개선 필요성의 목소리와 우려의 목소리가 엇갈렸기 때문이다. 조 대법원장은 법원장 추천제에 대해 “신속한 재판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비판을 알고 있다”고 밝혔지만 내부 반발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의 한 판사는 지난 12일 법원 내부망에 글을 올려 “폐지할 경우 사법관료화의 심화, 지법 판사들과 고법 판사들 사이의 지위 격차 등 여러 문제가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조 대법원장 체제 사법부는 내년 2월 법관 정기인사에서 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적용하지 않고 인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김 처장은 “지난 5년간 시행되어 온 법원장 후보 추천제에 대해서는 법원 안팎으로 여러 의견이 제기되고 있고, 법원장 인사의 바람직한 모습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다양한 입장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그동안의 시행 경험을 차분히 돌아보고 면밀한 성과 분석과 법원 구성원들의 충분한 의견 수렴 등을 거쳐 법원장 보임의 원칙과 절차를 계속 고민하고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당장 남은 일정이 촉박하기 때문에 내년 법원장 인사는 추천제를 적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김 처장은 “2024년 법관 정기인사에서 법원장 후보 추천제는 시행하지 않고, 훌륭한 인품과 재판능력 등을 두루 갖춘 적임자를 법원장으로 보임할 예정”이라며 “소속 법원의 현황과 과제 등을 미리 파악하고 사무분담 등 법원장의 업무를 잘 준비할 수 있도록 다른 법관들보다 먼저 해당 법원으로 보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법원장 보임 예정일은 내년 2월 5일이다.
다만 고등법원 부장판사가 법원장으로 임명되는 방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 아래서 고법 부장판사는 법원장에서 원천 배제된 바 있다. 이에 조 대법원장이 고법 부장판사도 법원장 후보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한 바 있다. 김 처장은 “이번 법관 정기인사에서 지방법원·가정법원·행정법원·회생법원의 법원장은 지법부장 중에서 보임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 처장은 “법원장 인사제도에 관해서는 이번 법관 정기인사 이후 법원 구성원들의 광범위한 의견 수렴을 거쳐 합리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법원 구성원 여러분께서는 깊은 관심을 가지고 지혜를 모아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