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물가 폭등, 더는 못참아”…프랑스 파리서 수만명 항의시위

방성훈 기자I 2022.10.17 15:12:39

정유업계 장기 파업…기름값 급등에 뿔난 시민들 뛰쳐나와
반정부 시위로 심화 양상…"정부 잘못, 모든것에 화가 난다"
노조 "에너지 기업, 막대한 수익 거둬, 근로자와 나눠야"
다른 산업도 파업 조짐…佛총리 “소수가 국가봉쇄, 비정상”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프랑스에서 물가 폭등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정유업계 노조가 장기간 파업을 이어가면서 주유소 기름값이 급등한 것이 단초가 됐다.

(사진=로이터통신 영상 캡쳐)


◇정유업계 장기 파업…기름값 급등에 뿔난 시민들 뛰쳐나와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프랑스 수도 파리에는 수만명의 인파가 몰려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를 상대로 인플레이션 책임을 묻는 시위 행진을 벌였다. 주최측 추산으론 14만명, 경찰 추산으로는 3만명의 인파가 운집했다.

이날 시위는 프랑스 강경 좌파 노동총동맹(CGT) 소속 정유업계 노조 4곳이 3주 이상 파업을 지속하면서 촉발됐다. 파업 이후 노조원들이 정유공장을 점거하면서 기름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는 등 주유대란이 발생했다. 기름을 팔지 못하는 주유소가 속출하면서 기름값이 급등했고, 기름을 판매하는 일부 주유소에 차량이 대거 몰리는 등 혼란도 가중됐다. 결국 참다 못한 시민들이 이날 거리로 뛰쳐나오게 된 것이다.

외신들은 이날 시위에 대해 단순히 물가 급등에 대한 항의를 넘어 마크롱 정부의 연금제도 개혁안과 기후 변화 정책에 반대하는 반정부 시위로 심화하는 모양새라고 진단했다. 실제 일부 시위 참여자는 2018년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의 상징인 ‘노란 조끼’를 입고 행진에 나섰다. 한 시위 참여자는 “정부가 위기에 제대로 대처를 못해 국민들을 혼란에 빠뜨렸다”며 “우리가 내는 세금이 헛되에 쓰이고 상황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 모든 것에 너무 화가 난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극좌 정당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의 장 뤽 멜랑숑 대표와 올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아니 에르노 등도 이날 행진에 동참했다. LFI의 마농 오브리 대변인은 “물가 급등을 견딜 수 없다. 40년 만의 가장 큰 구매력 상실을 겪고 있다. 대기업의 수십억달러 이익이 생계를 위해 애쓰는 사람들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엘리자베스 보른 프랑스 총리. (사진=AFP)


◇다른 산업도 파업 조짐…佛총리 “소수가 국가봉쇄, 비정상”

정유업계 노조는 총 7곳으로 처음엔 6곳이 파업에 동참했다. 하지만 엑손모빌 소유 2개 정유사가 강경대응을 예고하며 노조 측과 합의에 성공, 남은 4곳만 파업을 진행하게 됐다. 노조 측은 실질 임금이 물가 상승을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면서 10% 급여 인상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유가 급등 이후 에너지 기업들이 막대한 수익을 올렸음에도 임금을 올려주지 않고 있다며 사측을 맹비난했다.

토탈에너지의 경우 지난 2분기(4~6월) 57억달러의 순이익을 거둔데다, 주주 배당금으로 수십억달러를 지출한 만큼 임금 인상 여력도 충분하다고 CGT는 주장했다. CGT는 또 파트리크 푸야네 토탈에너지 대표의 연봉이 올해 590만유로(52%) 인상됐으며, 이는 전체 프랑스 노동자 평균 연봉의 167배에 달한다고 꼬집었다. 토탈에너지는 내년 7% 임금 인상을 제시했지만 노조 측은 10% 인상을 관철하며 이를 거부했다.

엘리자베스 보른 프랑스 총리는 이날 “소수의 노동자들이 계속해서 국가를 봉쇄하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파업으로 프랑스 국민 모두가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지적하며 노조의 업무 복귀를 촉구했다. 그는 또 “기업도 책임을 져야한다”며 이날 현재 프랑스 주유소 중 약 30% 연료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는 전날 27%에서 늘어난 규모라고 블룸버그는 부연했다.

한편 정유업계 파업으로 소비자뿐 아니라 기업들도 공장을 가동하지 못해 큰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정유업계 파업은 다른 산업의 파업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날 철도 직원과 공무원들이 오는 18일 업무를 중단할 것이라며 대규모 파업을 예고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