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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회복 청신호 켜지자…금값 5년 만에 최대 낙폭

김보겸 기자I 2021.04.02 17:21:02

금값 1700달러 초반대로…작년 6월 수준으로 회귀
경기회복 기대감에 금리 오르자 안전자산 매력↓
위험자산 헤지 역할 제대로 못했다는 지적도

금값이 지난해 8월 최고점 대비 17% 하락했다(사진=AFP)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금값이 온스당 1700달러 초반대로 떨어져 작년 6월 수준으로 회귀했다. 2000달러를 넘겨 고점을 찍은 지난해 8월에 비하면 무려 16% 넘게 하락했다. 경기회복 기대가 커지며 금리가 오르자 안전자산으로서의 금의 매력이 떨어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1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금값은 온스당 1730.3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8월 금값이 2069.40달러까지 올랐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점 대비 16.38% 하락한 것이다. 분기로는 9.5% 하락해 2016년 이후 최악의 손실을 기록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금값 하락 요인으로 가장 먼저 지적되는 건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줄었다는 점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주요 경제국들이 코로나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는가 하면 수 조 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책에 힘입어 세계 경제가 조만간 회복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진 것. 경기 회복 기대가 커지면서 주식시장에서도 필수소비재 등 경기순환주들이 힘을 받고 있다.

경기 회복 기대에 금리가 뛰고 있다는 점도 금값을 끌어내리는 요인이다. 지난달 말 글로벌 채권 시장의 벤치마크로 쓰이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1.77%까지 오르며 14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금리가 하락할 때는 안전자산인 금의 투자 매력이 커지지만 지금처럼 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선 보유하는 것만으로는 아무런 수익이 없는 금에 투자할 유인이 떨어진다.

금리 외에도 금값을 떨어뜨리는 다른 요인은 금이 주식 등 위험자산의 헤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점이 꼽힌다. 최근 몇 달간 금과 위험자산인 S&P500 지수는 연동해 움직였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적했다.

이미 일부 은행들은 금값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8월 금 가격 12개월 전망치를 온스당 2300달러로 제시했지만 지난 2월 2000달러로 낮췄다. 영국 헤지펀드 풀크럼 자산운용은 올해 금 투자를 중단했다. 미국 최대 금 펀드인 SPDR 골드 트러스트에서도 올 들어서만 75억2000만달러가 빠져나가는 등 투자자들이 금에서 발을 빼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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