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세형 기자]LG화학(051910) 주가가 실적 부진에 하룻새 가격제한폭 근처까지 급락하는 수모를 당했다. 기계적 매물 출회를 부르는 ELS(주가연계증권) 녹인(Knock-In)의 부정적 위력을 제대로 보여 줬다. 올해 이미 숱한 대형주가 ELS 녹인으로 주가가 급락했지만 ELS 녹인 공포는 여전히 증시 주변을 어슬렁거리고 있다.
21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LG화학 주가는 전일보다 14.16% 하락한 19만4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2010년 2월 이후 4년여만에 처음으로 20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이날 하루 날아간 시가총액만 2조1000여억원에 달한다.
실적 부진이 주가 급락의 단초를 제공했다. 지난 20일 발표된 3분기 실적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보다 각각 3.4%, 30.8% 줄어든 5조6639억원과 3574억원으로 시장 기대치 6조66억원과 4187억원을 각각 5.7%, 14.6% 하회했다.
증권가는 LG화학의 실적에 대해 최근 낮아진 추정치조차 밑도는 어닝쇼크라면서 잇달아 목표주가를 낮췄다. 이에 주가는 주식시장이 문을 열자마자 3% 급락출발했다. 시간이 갈수록 낙폭을 확대하더니 결국 하한가를 3호가 남겨둔 채로 하루를 마쳤다.
실적이 부진했던 데다 향후 전망도 나빴으나 하루 낙폭으로는 과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LG화학 주가가 이처럼 급락한 것은 2011년 8월 이후 처음이다. 그만큼 이제까지 악재 속에서도 꿋꿋했다는 것이다. 증시 관계자들은 최근 정유와 조선, 화학 대형주들을 괴롭혀온 ELS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ELS 투자자에게는 손실발생 가능성을 의미하는 ELS 녹인은 운용자로 하여금 현물주식을 기계적으로 팔도록 만든다. 이 때문에 주가가 일시적으로 급락하는 일이 빚어진다. 현대중공업(009540), 삼성전기(009150), OCI(010060), 한화케미칼(009830) 등은 대표적인 ELS 녹인 피해주들로 꼽힌다.
증시 한 관계자는 “지난 2012년 중순 LG화학 주가가 40만원대에 있을 시절 이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된 ELS에서 녹인이 발생하면서 주가 하단을 크게 낮춘 것으로 보인다”며 “추가 ELS 녹인도 걱정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LG화학은 다음달말까지 90억원 가까운 ELS가 만기를 맞을 예정으로 이미 녹인 구간과 큰 차이가 없었다. 이름만 다를 뿐 구조는 같은 ELF가 더 많이 발행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LG화학마저 ELS 녹인의 희생양이 되면서 시장의 관심은 시가총액 2위 현대차에 더욱 쏠리는 모습이다. 현대차는 지난주말 16만원 초반 때까지 밀리자 ELS 녹인이 발생하면서 주가를 끌어 내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상당했다. 15만원 중반에 가면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ELS 녹인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었다.
전일 급반등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ELS 녹인의 영향권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보기는 힘든 상황. 현대차는 23일 오후 2시 3분기 실적 발표회를 갖는다. ELS 녹인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