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지원 교수, 병리과 나희영 교수 연구팀(공동 제1저자 : 혈액종양내과 강민수 교수, 이주현 연구원)은 담도암이 암이 되기 전 단계부터 재발·전이에 이르기까지 거치는 ‘진화 경로’를 규명해 네이처(Nature) 자매지인 종양학 분야 국제학술지 ‘npj Precision Oncology’에 발표했다.
담도암은 담관, 담낭, 바터팽대부 등 담즙이 지나는 길에 생기는 암으로, 한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에서 발병률이 유난히 높다. 절반 이상의 환자가 수술이 불가능한 진행 단계에서 발견돼 생존 기간이 11~15개월에 불과하고, 완치를 목표로 수술을 받아도 약 절반은 재발하는 난치암이다. 그러나 담도암이 어떻게 발생하고 재발, 전이되는지를 전 과정에 걸쳐 유전체 수준에서 추적한 연구는 지금까지 매우 부족했다.
이에 연구팀은 담도암 환자 17명에게서 얻은 ▲정상 조직 ▲전암성 병변(암이 되기 직전 단계) ▲원발암(처음 생긴 암) ▲전이·재발암 등 72개 검체를 전장엑솜시퀀싱(유전체 중 단백질을 만드는 정보가 담긴 부분을 모두 읽어 돌연변이를 확인하는 분석법)으로 분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암세포 무리(클론)들이 어떤 순서로 생겨나고 갈라졌는지 보여주는 가계도를 환자별로 그려, 암이 진화해 온 경로를 거슬러 추적했다.
분석 결과, 전암성 병변에서 이미 TP53, KRAS, SMAD4 등 담도암의 핵심 유전자 변이가 발견됐다. 겉보기엔 아직 암이 아니지만, 유전자 수준에서는 암을 향한 변화가 이미 진행되고 있었던 셈이다.
또 전암성 병변 안의 세포 무리 가운데 생존에 유리한 일부만 살아남아 원발암으로 자라났다. 다윈의 자연선택처럼 서로 경쟁하던 세포 무리 가운데 생존과 증식에 유리한 무리가 선택돼 병변을 장악하는 ‘선택적 싹쓸이’ 현상이 관찰된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런 선택적 확장은 전이 과정에서도 이어졌다. 원발암의 세포들이 고르게 퍼지는 것이 아니라, 원발암에서는 소수였던 특정 세포 무리가 전이된 곳에서는 주력으로 자리 잡았다. 장기마다 환경이 다른 만큼, 그곳에서 살아남기에 유리한 무리가 각각 선택된 것이다.
특별히 주목할 점은 수술로 암을 제거한 뒤 다시 재발한 암에서도, 원발암을 이루던 여러 세포 무리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암 재발은 몸 어딘가에 숨어 있던 암세포 하나가 시간이 지나 다시 자라기 때문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원발암 세포 구성이 통째로 남아 있었다는 것은, 여러 세포 무리가 한 덩어리로 함께 빠져나가 자리를 잡는 ‘다클론성’ 방식으로 재발이 일어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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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변하지 않는 것도 있었다. 진단 당시 발견된 ERBB2 유전자 증폭, KRAS 돌연변이처럼 표적치료제(특정 유전자 변이를 겨냥해 암세포를 공격하는 약)의 대상이 되는 변이는 재발·전이 이후에도 그대로 유지됐다.
혈액종양내과 김지원 교수는 “진단 당시 확인된 주요 유전자 변이가 재발·전이 이후에도 유지된다는 사실은 진단 시점부터 정밀한 유전체 분석을 바탕으로 치료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함을 보여준다”며 “암의 진화 원리를 반영한 치료 전략으로 담도암의 치료 성적을 끌어올리는 것이 우리 연구팀의 목표다”고 밝혔다.
병리과 나희영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담도암이 암이 되기 전 단계부터 전이·재발에 이르기까지 어떤 유전적 변화를 거치며 진화하는지 하나의 흐름으로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전암성 병변에서부터 세포 무리 간 경쟁과 선택이 시작된다는 점은 담도암의 발생 원리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교육부·한국연구재단의 한국형 SGER(Small Grant for Exploratory Research) 사업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