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 작가는 이같은 극적인 경험들이 그의 그림에도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동시에 그림을 완성할 때 드는 짜릿함, 희열 같은 ‘생명’의 경험 역시 자신이 계속 그림을 그리는 원동력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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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본격적인 작가 생활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2007년 한국에 들어와서도 한참 뒤였다. 정착 후 대학에서 디자인 전공도 한 그는 정착지 문화센터에서 도자기 체험 교육을 받으면서 다시 한번 조형에 대한 자신의 소질을 확인했고, 2018년에는 서울디지털대 회화과도 졸업했다. 이후 대한민국서화비엔날레, 2018년 국제현대미술대전, 대한민국창작미술대전 등에서 입상하면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작가로서 생활하기까지 건강 악화로 아들에게 간 이식까지 받아야 했다는 그는 “그동안 그렸던 그림이 살아온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그의 그림에는 투병 과정에서 겪었던 죽음에 대한 공포, 고민 같은 것들이 반영되기도 했지만, 역설적으로 그림 그 자체가 살아야겠다는 의지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그림 하나를 그릴 때도 내게 남은 수명을 고민하면서 완성도를 추구한다”고 말했다. 시한부 판정을 받을 정도로 죽음 문턱까지 가 본 작가에게 그림의 완성을 미뤄둘 여유는 없는 셈이다. 나뭇잎이나 모래 같은 자연의 대상에서 종종 모티프를 찾아낸다는 그는 자신의 그림에 대해서도 “그림도 익어간다는 걸 느낀다”며 자연의 비유를 들기도 했다.
심 작가가 다른 탈북 작가 6인과 함께 한 ‘블러썸 - MZ 아티스트 프롬 더 노스’ 전시는 19일까지 서울 중구에 있는 갤러리선에서 진행된다. 작가가 직접 자신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인터뷰 영상은 다문화동포팀 위드채널 유튜브로 공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