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지방 아파트 공사장에서 인부 B씨가 철근에 걸려 넘어졌다. 이 바람에 발목에 차고 있던 전자발찌가 끌러져 흘러내렸다. 그제야 주변 동료는 B씨가 성범죄자라는 사실을 알았다. 업계 관계자는 “작업자 한 사람이 부족해서 성범죄 이력을 알았더라도 채용했을지 모를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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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통계청에 따르면 건설업 종사자는 2021년 기준 165만2000명으로 전년보다 1.2%(1만9000명) 줄었다. 건설 공사액이 같은 기간 6.5% 증가한 308조원을 기록했지만 반대 흐름을 보였다. 종사자는 2019년(172만명) 대비 2개년도 연속 감소했다.
이른바 ‘노가다’로 일컫는 건설 현장에 대한 기피 현상이 원인으로 꼽힌다. 주 52시간제에도 공기 단축이 생명인 현장에서는 이른 출근과 늦은 퇴근이 일상이다. 오래된 건설산업 고유의 특성이라고 하지만 세태가 바뀐 지 오래다. 통계청 조사 업종별 근로자 평균 근속연수에서 건설업은 5.7년으로 대상 18개 업종 가운데 12위에 불과한 데에는 이런 시대 흐름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삶의 질을 중시하는 구직자들 사이에서 건설사 입지가 좁은 걸 실감한다”며 “건설업계가 회식과 야근을 줄이는 이유는 인력수급 위기의식 탓이다”고 말했다.
관건은 숙련된 건설업 종사자를 길러 낼 여력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절대적인 인력도 줄고 이들의 근무 기간도 감소하다 보니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데 한계가 있다. 감리 업무에 밝은 설계사무소 관계자는 “공사비가 너무 오른 탓에 비용 절감이 건설업계 최대의 관심사”라며 “현장을 책임질 현장 소장마저 계약직으로 채용하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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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현장의 빈자리는 외국인 노동자로 메우고 있다. 건설 노동자 가운데 외국인 비중은 14.8%(3월 기준)다. 개중에 이번에 문제가 된 철근공 비중은 36.8%로 가장 많다. 이들은 국내 노동자보다 숙련도가 떨어지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고동우 제주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LH 부실시공 경우는 시공 현장에서 문제점을 잡아낼 전문가가 부재해 발생한 ‘인재’로 보인다”며 “설계 구조와 공법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는 숙련된 건설업 종사자를 길러 낼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