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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먼저 추도사를 낭독한 사람은 참여정부에서 경제부총리를 지낸 김진표 국회의장이었다. 그는 “저는 대통령님을 6년 동안 모셨고, 떠나보내고 또 14년을 살았다”며 “해마다 찔레꽃 필 무렵이 되면 대통령님이 그리워지고 불쑥불쑥 가슴이 저려 온다”고 애통한 심정을 표했다.
이어 “대통령님은 사람 사는 세상과 정치개혁을 갈망하셨다. 여의도 높은 담벼락 안에 있던 우리 정치를 평범한 시민들에게 돌려주기 위해 동분서주했다”며 “그렇게 사랑방 정치, 제왕 정치의 막을 내리고 시민이 중심이 되는 새 정치 시대의 문을 여셨다”고 추켜 세웠다.
김 의장은 “저는 대통령님이 남긴 정치개혁의 유업을 완수하는 것이 제가 풀 마지막 숙제라고 생각한다”며 “선거를 앞둔 여야가 목전의 유불리에 고심하다 이번에도 정치개혁에 실패하지나 않을까 하는 염려가 있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권력의 절반을 내주는 한이 있어도 꼭 정치개혁을 이루고자 했던 대통령님의 간절한 그 마음으로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참여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역임한 한덕수 국무총리도 추도사를 낭독했다. 한 총리가 등장하자마자 시민들의 분위기는 험악해졌다. 시민들은 “배신자” “때려 치워라” 등 고성을 질렀고 추도사를 낭독하는 중간 중간에도 “내려와”라고 외쳤다.
한 총리는 “대통령님은 국정의 모든 분야에서 시대정신을 구현하고 대한민국의 새 역사를 만들기 위해 헌신했다”며 “그중 가장 힘쓰셨던 국정 과제는 바로 국가균형발전”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의 위기를 겪는 지금, 더욱 절실하게 다가오는 문제”라며 “정부는 중앙의 권한을 과감히 지방에 이양하고 국가발전의 축을 지역 중심으로 전환하겠다. 과감한 규제개혁과 투자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겠다”고 말했다.
참여정부에서 4년간 문화재청장을 지내고 노 전 대통령 묘역 조성 역할을 맡았던 유흥준 전 문화재청장은 “오늘 저는 추도사가 아니라 지난 가을, 저 앞에 있는 노무현 대통령 기념관이 개관됨으로써 묘역 공사가 이제 완공된 것을 노무현 대통령님께 보고를 드리려고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그는 묘역에 새긴 노 전 대통령의 발언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을 언급하며 “언제나 우리와 함께하고 계시어 감사하다”고 그리움을 드러냈다.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대통령 노무현’은 특정 진영과 정파가 아니라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었다”며 “이제 우리가 대통령님의 뜻을 이어 이상이란 것은 더디지만 실현된다는 믿음으로 깨어있는 시민들의 성숙한 민주주의를 만들어나가겠다”고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추도식 후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후 취재진을 만나 “민주주의는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것이지만 아무나 만들어 낼 수는 없는 것이다.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으로 끊임없이 노력해야 민주주의의 발전, 역사의 진보가 가능하다”며 “지금, 민주주의가 퇴행하고 있는 이 안타까운 현실 속에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이 훨씬 큰 것도 아마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라고 정부·여당을 향한 날을 세웠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이 꿈꾸셨던 ‘사람 사는 세상’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을 향해서 깨어있는 시민들과 함께 조직된 힘으로 뚜벅뚜벅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다짐을 밝혔다.
한편 이번 추도식에는 주최 측 추산 7000여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