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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 고조에…'집토끼' 마저 중국 떠난다

김상윤 기자I 2023.04.17 15:57:41

美·EU 고객 요청에 아세안으로 공장 이전
"거래 끊기거나 공장 이전…선택 불가피"
중국 주재 美상의 "회원 24%, 이전 및 검토"

[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미국과 중국 간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중국 기업들이 중국으로부터 다른 지역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산토끼(외투 기업)’에 이어 ‘집토끼(중국 기업)’ 마저 탈(脫) 중국 현상이 나타나면서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의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우한의 한 드론 공장 (사진=AFP)
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의 가장 큰 온수기·보일러 업체 중 하나인 광둥 반워드 뉴 일렉트릭은 미국 고객의 요청에 따라 베트남이나 태국 등에 해외 공장을 건설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루우콩 회장은 FT에 “미국과 유럽의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면서 공급망 변화에 고심하고 있다”면서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는 올랐는데 원가는 낮출 수 없고, 결국 해외 이전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국의 섬유 제조업체인 루타이섬유와 장수 종합과학기술 등도 동남아시아에 새로운 공장을 건설하는 것을 고려 중이다. 홍콩에서 지난주 열린 글로벌 소비재전자 전시회에서는 일부 중국제조업체들이 부스에서 베트남이나 다른 나라에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는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고 FT는 전했다.

블룸버그도 중국의 자동차 부품 공급업체들도 탈중국 압박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자동차 제조업체 등이 중국 업체와 냉각 부품, 브레이크 시스템 등 각종 부품 생산 계약을 맺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업체에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와 같은 중국 외 국가에 공장을 지으라는 제안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장쑤성에 기반을 둔 한 전기자동차 충전 부품 제조업체의 한 매니저는 “최근 본사를 방문한 유럽고객사들로부터 해외공장 설립 계획에 대한 질문을 첫번째로 받았다”면서 “공장을 이전하거나 거래가 끊기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이미 중국에 진출한 외투기업들은 이미 탈중국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애플은 베트남이나 인도로 생산기지를 점차 옮기고 있다. 애플이 폭스콘에 이어 페가트론을 인도에서 아이폰 14를 생산하는 협력업체로 선정했으며, 아이폰 제품의 7% 정도를 인도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코로나19 봉쇄에 따른 공장 셧다운 영향도 있었지만 미·중 갈등에 따른 중국 내 사업 리스크가 확대된 상황에서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한 차원이다.

중국 주재 미 상공회의소는 올해 경영환경 보고서에서 조사 대상 회원 중 24%가 생산시설을 국외로 이전할 것을 고려하거나 이전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대비 10%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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