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 버금 위력' 새총은 장난감일까 무기일까[이슈 산책]

이연호 기자I 2023.03.14 17:35:03

인천 송도 아파트 유리창 굉음과 함께 깨져...새총 발사 무게
새총 테러 지속 발생...총단법 개정으로 개량 새총 규제
과잉 규제 지적에 규제 후퇴...사각지대 많은데 살상력은 갈수록↑
인터넷서 누구나 손쉽게 구입 가능..."처벌 엄격히 해야"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새 등을 잡거나 쫓는 용도로 주로 사용하는 새총이 가공할 만한 위력에도 불구하고 총포나 도검 등에 비해 느슨한 규제로 인해 관련 사건이 지속 발생하면서 이에 대한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현장의 단속 역량이 새총에 비해 살상력이 큰 모의 총기 등에 집중된 틈을 타 쇠구슬 등을 이용한 소규모 도심 테러의 도구로 새총이 심심찮게 등장하면서 이에 대한 규제 강화의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격발 장치가 부착된 새총. 사진=A 전자상거래 업체 사이트.
◇격발 장치 부착 새총 법으로 금지...인터넷에선 버젓이 판매

14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10일 인천 송도국제도시 내 한 고층아파트 29층 유리창이 굉음과 함께 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지난 12일 해당 아파트 단지를 수색해 지름 8mm 쇠구슬 2개를 발견했다.경찰은 새총 등으로 쇠구슬을 발사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해당 구슬들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정밀 감정도 의뢰한 상태다. 유리창은 두께 3㎜ 유리 2장을 겹쳐 만든 것으로, 이 사건으로 바깥 유리 윗부분에 지름 3㎝ 크기 구멍이 났다.

이번 사건이 아직 새총에 의한 것으로 결론 나지는 않았지만 이미 새총에 의한 유리창 및 차량 파손 등의 사건은 오래전부터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경찰은 새총을 이용한 범죄 통계를 별도로 관리하고 있지 않지만, 이에 대한 심각성은 인식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 2016년 새총을 이용한 범죄가 계속 증가하자 인명을 살상할 우려가 있는 개량 새총을 불법화하는 내용으로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총단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도르래나 스프링이 장착돼 살상 능력이 강화된 새총은 제조·판매와 소지 모두 금지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2019년 9월부터 신설 시행된 총단법 제11조 2항은 ‘누구든지 고무줄 또는 스프링 등의 탄성을 이용하여 금속 또는 금속 외의 재질로 된 물체를 발사하여 인명·신체·재산상 위해를 가할 우려가 있는 발사 장치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을 제조·판매 또는 소지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수출하기 위한 목적인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할 뿐이다. 해당 조항은 시행령을 통해 불법 새총의 구체적 범위를 정하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총단법 시행령 제13조는 ‘고무줄 또는 스프링 등의 탄성을 이용한 발사 장치의 기준’에 대해 △격발 장치(擊發裝置, 방아쇠를 당기거나 누르는 등의 방법으로 발사체를 발사하도록 하는 장치)가 부착된 것으로서 발사체의 운동에너지(파괴력)가 0.02킬로그램미터를 초과하는 것 △화살 발사가 가능한 지지대 등의 장치가 부착된 것으로 규정한다. 다만 이 같은 경우에도 관할 경찰서장의 승인을 전제로 여러 예외 조항을 뒀다. 경찰 관계자는 “지금의 총단법은 총단법 개정 당시 ‘과잉 규제’라는 지적을 수용해 일정 부분 타협해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새총이 범죄자가 마음 먹기에 따라선 얼마든지 총기와 비슷한 위력의 위험한 무기로 전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 새총 카페 등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고, 전자상거래·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싸게는 몇천 원에서 비싸게는 수십 만 원만 지불하면 누구나 새총을 손쉽게 획득할 수 있다. 개량이나 제작도 조금의 열의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할 정도로 구조도 간단하다. 특히 법에서 금지하는 격발 장치가 부착된 새총도 버젓이 판매되고 있을 정도로 관리가 허술한 실정이다. 격발 장치가 있어도 발사체의 운동에너지 기준만 초과하지 않으면 되는 허점을 이용한 셈이다.

◇10만 원짜리 새총으로 90m 거리 유리창도 깨…“판매 업체에 죄송하나 위험하다”

이 같은 편리한 접근성에 비해 도르래 등을 장착한 전문가용 새총의 경우 살상력과 최대 사거리가 웬만한 총포류 못지 않는 파괴력을 갖고 있어 자칫 인명·재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보니 우려는 점차 커지는 형국이다.

지난 2015년 7월 인터넷에서 10만 원에 산 고무줄 새총으로 지름 7㎜ 크기의 쇠구슬을 발사한 5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는데, 당시 쇠구슬은 무려 90m나 떨어진 가게 유리창을 깰 정도로 위력이 강했다.

낚시를 취미로 하는 한 블로거가 전문가용 낚시 새총 사용기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내용을 봐도 새총의 위험성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는 사용기를 통해 “판매 업체에는 정말 죄송한 말일 수 있겠으나, 청소년 및 어린이는 무조건 사용하지 마세요. 쏴 보면서 느낀 첫 번째 점입니다. 위험해요. 작살은 박히면 빠지지 않게끔 제작돼 있고, 새총의 경우는 쇠구슬로 사람의 눈, 피부, 급소 등... 또 동물들 학대하는 사람들이 이런 걸로 괴롭힐까 심히 걱정부터 됐습니다.”라고 썼다. 이 같은 위험성에도 낚시꾼들이 대형 어류를 잡을 때 주로 사용하는 작살을 장착한 새총의 경우 별도의 제재 대상조차 아니다.

경찰청 총포화약계 관계자는 “모의 총포 등과 마찬가지로 새총도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며 “새총의 경우 아직 규제 사각지대가 존재하긴 하지만 용도 외의 사용에 대해서는 철저히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새총이 총검 같은 규제가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처벌을 강화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새총을 이용한 모방 범죄 성격의 묻지마 폭력이 지속 발생하고 있다”며 “새총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새총을 폭력적으로 사용하는 개인의 범죄 성향 문제이니, 그런 경우는 처벌을 엄격히 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