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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지자체 단속 ‘구멍’, 인천 무허가 주택 불법 난무

이종일 기자I 2021.09.06 16:38:26

학익동 무허가 판자촌, 불법 증개축 성행
산 경사도 높아져 재해 우려…불 나면 어쩌나
일부 주민 불법 건축물 매매 '특혜 논란'
지자체 등 전수조사 안하고 방치, 비난여론

인천 미추홀구 학익동 문학산 아래 ‘무허가 판자촌’ 일대(빨간색 점선 안) 항공사진. 해당 지역은 시유지, 국유지, 사유지가 혼재돼 있다. (사진 = 미추홀구 제공)


[인천=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정부와 지자체 소유인 인천 미추홀구 학익동 일부 임야에서 주민들이 불법 건축물을 지어 매매활동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단속기관인 산림청과 인천시는 현황 파악도 제대로 하지 않은채 단속에 뒷짐만 지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6일 산림청, 인천시 등에 따르면 미추홀구 학익동 문학산 아래 임야에서는 지난 1950년 전후로 주민들이 판잣집을 지은 후 불법 증개축을 하며 현재까지 거주하고 있다.

이 중 일부 부지는 인천시가 1980년대 햇골공원 조성 목적으로 매입했고 일부 부지는 산림청이 소유하고 있다. 시유지·국유지에서 일부 주민의 거주가 지속되면서 이곳은 ‘무허가 판자촌’이 됐다.

인천시가 추진하려던 햇골공원 사업은 일부 주민의 반대 등으로 무산됐고 2016년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공원 부지는 해제됐다. 이후 해당 임야 관리는 인천시 사무위임조례에 따라 미추홀구로 이관됐다.

이러는 사이 문학산 아래에는 무허가 집들이 늘었다. 현재 시유지·국유지의 불법 건축물에서 거주하는 주민은 60가구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시와 미추홀구, 산림청은 해당 부지에 몇 가구가 있는조차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인천 미추홀구 학익동 문학산 아래 시유지에 불법 주택들이 지어져 있다. (사진 = 이종일 기자)


주민들은 수년간 나무를 훼손하고 산속 깊숙이 들어가 불법 건축물을 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림 훼손으로 경사도가 높아져 자연재해 우려도 커지고 있다. 산속 주택에서 불이 나면 대형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일부 주민은 시유지·국유지에 지은 집을 다른 주민에게 팔아 이득을 챙겨 특혜 논란도 일고 있다.

학익동 주민 A씨는 “시유지·국유지에 불법으로 지은 집들이 판매되고 있다”며 “좋은 집은 1억원이 넘고 방 하나에 부엌 하나인 집은 2000만~3000만원이면 매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민 B씨는 “(불법거래를) 시와 구, 정부가 방관하고 있는 것 같다”며 “누군가 이들의 뒤를 봐준다는 말들도 나온다”고 지적했다.

시유지를 점유해 불법 건축물을 지으면 변상금 부과, 형사고발 대상이 되지만 해당 기관들이 적극 대응하지 않으면서 억측을 낳고 있는 셈이다.

산림청 관계자는 “보호지원단 직원들의 신고 위주로 현장에 나가 확인한다”며 “문학산 아래 전체 산림청 부지의 불법 점유에 대해서는 조사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인천 미추홀구는 올해와 작년 3건의 불법 건축물을 수사기관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미추홀구 관계자는 “신고가 접수되면 해당 건축물에 대해서만 고발 등의 조치를 하지만 전수조사를 한 적은 없다”며 “개인간 불법 건축물 매매행위는 구에서 단속할 권한이 없다”고 해명했다.

인천 미추홀구 학익동 문학산 아래 국유지에 불법 주택들이 지어져 있다. (사진 = 이종일 기자)
인천시 관계자는 “햇골공원 사업이 무산되면서 무허가 건축물 관리에 허점이 있었다”면서 “해당 주민의 보상, 이주대책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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